'생수 20병이 공짜?'…쿠팡 '5만원 보상쿠폰'에 술렁인 까닭

입력 2026-01-15 12:29
수정 2026-01-15 14:24

쿠팡이 3370만 명의 고객 전원에게 ‘1인당 5만 원’ 구매이용권 지급을 시작했다. 쿠팡 앱에 접속하면 생수나 라면 등 생필품을 ‘0원’에 살 수 있는 등 파격적인 혜택이 눈에 띄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를 “매출 회복을 위한 꼼수 영업”이라며 거부 운동에 나서는 등 여론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생필품·여행·명품 ‘조건부’ 혜택쿠팡은 15일 오전 10시부터 앱 첫 화면에 ‘고객님께 구매이용권을 드립니다’라는 안내 배너를 띄우고 순차적인 쿠폰 지급에 들어갔다. 지급 대상은 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고객 전원으로, 와우 멤버십 회원뿐 아니라 일반 회원, 탈퇴 회원까지 포함된다.

지급된 5만 원권은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트래블(2만 원) △알럭스(명품·2만 원) 등 4가지로 나뉜다. 소비자는 별도의 다운로드 절차 없이 물건을 고를 때 자동으로 할인 혜택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쿠팡 앱에서는 5000원 쿠폰이 자동 적용돼 ‘0원’ 또는 ‘초저가’가 된 상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예를 들어 5000원짜리 생수 500ml 20병 묶음은 ‘0원’, 5300원짜리 짜파게티 5봉지는 단돈 ‘300원’에 구매가 가능하다. 쿠팡이츠에서도 피자 한 판(3500원), 스타벅스 라떼 2잔(4300원) 등 할인가가 적용된 메뉴들이 노출된다.

쿠팡 측은 보상안 발표 당시 “쓸 곳이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저가 상품 구색을 대폭 늘렸다. 로켓배송 상품 중 5000원 이하 제품은 약 14만 개에 달하며, 쿠팡트래블에서도 2만 원 이하로 이용 가능한 눈썰매장, 동물원, 키즈카페 입장권 등 700여 종을 마련했다. 럭셔리관 알럭스 역시 2~3만 원대 핸드크림이나 립밤 등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상품 400여 종을 전진 배치했다.
‘탈퇴 회원’ 재가입 유도 논란도다만 사용 조건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쿠폰 사용 기한은 4월 15일까지로, 3개월이 지나면 자동 소멸한다. 또 이용권 금액보다 저렴한 상품을 사더라도 잔액은 환불되지 않고 사라진다. 예를 들어 2만 원짜리 여행 쿠폰으로 1만 원짜리 입장권을 사면, 남은 1만 원은 버리는 셈이다. 도서나 상품권 등 환금성이 높은 상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탈퇴 회원의 경우, 기존 휴대전화 번호로 재가입해야만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보상안은 단순한 피해 구제를 넘어, 이탈한 고객을 다시 불러들이고 앱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강력한 ‘락인(Lock-in)’ 전략이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쿠팡 내부적으로는 이번 조치로 급감했던 트래픽과 거래액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소비자 반응은 “쇼핑 기회”라는 반응과 “기만적인 마케팅”이라는 비판으로 갈리고 있다. 당장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0원 쇼핑 리스트’가 공유되는 등 긍정적 반응도 나오지만, 시민사회의 반발은 거세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은 이날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구매이용권은 떨어진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영업 전술일 뿐 진정한 보상이 아니다”라며 수령 거부 운동을 선언했다. 이들은 “고객 의사와 상관없이 쿠폰을 쓰게 만들어 추가 소비를 유도한다”고 비판하며, 설 연휴까지 거부 서명 운동과 함께 ‘탈팡(쿠팡 탈퇴) 인증’ 캠페인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1조 7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기회비용 포함)을 들여 승부수를 던졌지만, ‘조건부 쿠폰’이라는 한계 탓에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며 “결국 소비자들이 이 혜택을 ‘사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미끼’로 여길지가 향후 쿠팡의 신뢰 회복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