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만난 후 엑스에 "최근의 원화 약세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과 맞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 재무부 성명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강력한 경제 성과가 한국을 아시아에서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 만든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베선트 장관이 특정 국가의 환율에 대해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일본과 한국에 대해서 각각 통화가치가 너무 떨어졌다고 언급했다. 일본 재무장관인 가타야마 사쓰키도 베선트 장관이 이번 주 초에 엔화의 일방적인 약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작년 말에 억눌렸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1470원대까지 튀어올랐다가 베선트 장관의 발언 후에 1460원대로 내려갔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달러가 너무 세 보이지만 한국이나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통화에 대해 달러화는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달러 약세라는 큰 흐름에 어긋나는 두 나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인데, 달리 보면 이 정도의 약세 기조가 이어지기를 원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베선트 장관은 한국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다거나, 어떻게 하기를 원한다거나 하는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지난 해 몇 번 언급을 했다. 작년 8월에는 일본이 금리 인상에서 뒤처져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또 작년 10월에는 일본 중앙은행이 인플레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일본 중앙은행에게 금리 인상을 통해 엔화 약세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한 셈이다.
한국에 대해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은 없지만, 베선트 장관의 발언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회의 하루 전에 나온 점을 고려할 때 압박을 가하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2024년 말부터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 왔던 한국은행은 작년 5월부터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특히 작년 11월에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안정을 고려할 때 중립수준”이라고 말했고, 성명서에서도 금리 인하를 언급한 대목이 삭제되면서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인하 가능성을 더 낮추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앞서 이달 초 미국경제학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한국의 원화가치가 구매력에 비해서 너무 낮아져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밤에 마침 발표자료를 작성하려고 찾아보다가 깜짝 놀랐다면서, 통화가치가 실질가치와 크게 괴리될 경우에는 3년 내로 괴리된 가치의 절반 가량은 회복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연구 결과라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