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 산책]
최근 기술과 문화산업 발전에 따라 ‘가상 인간’, ‘버추얼 아이돌’을 제작하고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제작과 활용방안에 관하여도 법률적으로 검토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그 자체로는 사람이 아닌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악성 댓글 게시행위, 성희롱, 성추행 등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하고 규율해야 할지도 법률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
‘버추얼 아이돌’의 존재 및 활동 방식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을 수 있고, 그에 따라 법률적 평가와 규율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검토의 편의를 위해 가장 극단적으로 구분해보자면 ①실존 아이돌이 존재하고 ‘버추얼 아이돌’은 실존 아이돌과 동일시되는 형태로 활동하는 경우(이를테면 인기 걸그룹 ‘에스파’와 ‘ae-에스파’의 경우) ②실존 아이돌 없이 완전히 가상의 ‘버추얼 아이돌’만 존재하는 경우(이를 테면 ‘에스파’ 세계관에 등장하는 ‘나이비스’의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위 ①의 경우에는 ‘버추얼 아이돌’에 대하여 하는 행위를 실제 아이돌에 대한 행위와 달리 평가할 이유가 없다. ‘버추얼 아이돌’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달거나 디지털 공간에서 ‘버추얼 아이돌’에게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하여 성희롱, 성추행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모두 명확하게 실제 아이돌을 인식하고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대로 명예훼손이나 모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행위 등으로 규율할 수 있다.
②의 경우에는 ‘버추얼 아이돌’은 완전한 가상 인물이기 때문에 사람을 전제로 하는 명예훼손이나 모욕, 성폭력 등의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처벌의 공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버추얼 아이돌’에 대해 악성 댓글을 게시하는 것은 ‘버추얼 아이돌’을 운용하는 회사에 대한 업무방해 행위가 될 수 있고, 성희롱이나 딥페이크 영상 등을 배포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행위가 될 수 있으며, 나아가 ‘버추얼 아이돌’을 저작물로 보아 저작권 침해로도 규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3년 ‘플레이브’라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면서 양상이 더 복잡해졌다. ‘플레이브’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으로서 활동하지만 완전한 가상 인물들이 아니다. 실재하는 아티스트들이 존재하고 있고 ‘버추얼 아이돌’을 자신의 아바타처럼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그 실제 아티스트가 누구인지는 ‘공식적으로’ 비밀로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플레이브’ 멤버들에 대해 악성 댓글을 게시하는 행위 등을 하는 경우 이는(누군지는 모르지만) 실제 아티스트를 인식하고 하는 행위로서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으로 의율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버추얼 아이돌’ 뒤에 실제로 누가 있는지 알지 못하고 한 행위로서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보아야 할까?
지난해 5월 법원은 ‘플레이브’를 비방하는 글을 SNS에 게시한 행위를 ‘모욕행위’로 평가하고 손해배상 판결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위 사건에서 피고는 ‘플레이브’가 가상의 캐릭터들이고 ‘플레이브’를 사용하는 실제 아티스트들에 대한 신상은 비공개로 되어 있으므로 비방글 게시행위의 피해자가 실제 아티스트들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그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이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시하면서 ‘플레이브’의 실제 아티스트들이 사실 매니지먼트사의 정책과 무관하게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져 있고 피고 역시 실제 아티스트들을 인식하면서 ‘플레이브’에 관한 비방글을 게시하였다고 보아 피고의 행위를 ‘플레이브’ 실제 아티스트들에 대한 모욕행위로 평가했다.
만약 ‘플레이브’의 실제 아티스트들이 누구인지 철저하게 비밀로 감추어져 있어 기획사 등 극히 일부의 관계자들 이외에 팬들과 대중은 전혀 이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그 경우에도 ‘플레이브’에 대한 비방글을 게시하는 행위를 ‘피해자가 특정된 행위’로서 ‘모욕’ 행위라고 볼 수 있을까? ‘버추얼 아이돌’ 문화의 발전 동향과 추이를 주시하면서 검토해볼 일이다.
김우균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