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인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2026)’가 변했다"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개최되는 JPMHC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이 입을 모아 행사가 점차 축소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이 와중에도 중국과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약진하는 모양새다. 특히 유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으로부터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AI 기업의 인수하거나 이들과 '동맹'을 맺는 발표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대형 M&A 실종…"경제 침체 여파"올해 JPMHC 현장에서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M&A·기술이전 소식과 규모가 작년 행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대형 M&A 거래는 아예 실종됐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이는 지난해와 대조적인 분위기다. 지난해 JPMHC에서는 첫 날 존슨앤존슨(J&J)이 146억 달러(약 21조 4000억원)에 조현병 치료제를 보유한 미국의 바이오기업 '인트라셀룰러테라피스' 인수 소식을 전했다. 이밖에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희소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기업 IDRx를 약 11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으며, 릴리도 25억달러를 들여 항암제 개발사 스콜피온을 인수했다.
올해는 아직까지 알려진 '대형 제약사·바이오텍' 간의 인수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보유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을 축소하고 '선택과 집중'에 나서겠다는 목소리도 있다. 마지아르 마이크 두스트다르 노보노디스크 회장은 "당뇨·비만치료제로 파이프라인을 다시 집중할 것"이라며 "대사 이상 지방간염(MASH)이나 만성신장질환(CKD) 등 인접질환도 당뇨와 비만과 직접 연결될때만 접근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서 JPMHC를 찾은 바이오 기업 대표들도 입을 모아 작년보다 침체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는 "2014년부터 행사에 참여했는데 이제는 기업 브랜딩 컨퍼런스로 변한 것 같다"며 "과거에는 JPMHC에서 임상 데이터를 최초 발표하거나, 현장에서 인수 계약을 맺는 등 더욱 활발한 행사였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도 "올해 JPMHC는 작년 대비 한산하고, 인수 소식도 얼마 나오지 않고 있다"며 "경기가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 탓"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 기업이 JPMHC에 참여를 꺼리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덧붙였다 노바티스, 中 기업과 기술이전 2개 발표다만 중국 기업은 여전히 약진하는 모양새다. 노바티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MHC 2026 기간인 지난 13일, 중국 존센펩립바이오텍로부터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RLT)의 도입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노바티스는 이번 계약에 따라 존센펩립의 펩타이드 기반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제품 개발과 상업화까지 모두 노바티스가 담당한다. 존센펩립은 선급금 5000만달러 (약 740억원)을 받게되며, 개발과 규제, 판매에 따른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별도로 지급받게 된다. 구체적인 금액은 비공개에 부쳤다.
노바티스는 JPMHC 2026 기간에만 중국 업체와 두 건의 기술이전을 체결했다. 바로 직전날인 12일에도 노바티스는 중국 기반 바이오테크 기업 사이뉴로파마슈티컬스로부터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뇌로 전달하는 항체 기술을 최대 17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같은날 애브비 역시 중국 바이오기업 레미젠의 이중항체 항암제 후보물질 ‘RC148’을 최대 56억달러(약 8조2000억원)에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기업들의 강점에 대한 심도 높은 논의도 진행됐다. 행사 둘째날인 13일에는 메인 무대에서 '중국 바이오텍과 전 세계가 함께 만들어가는 신약'이라는 주제로 발표가 열렸다. 연사로 선 빙첸 아스트라제네카 국제사업개발(BD) 부사장은 중국 바이오텍의 강점으로 "빠르게 실패하고, 실패를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간다(fail fast and fail forward)"는 문화를 꼽았다.
그러면서 "전임상 단계에서의 “반복적인 혁신, 그리고 민첩성, 리스크 테이킹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짧은 주기로 가설·실험·검증·개선을 반복하면서 완성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중국 바이오텍의 신약개발 방식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경쟁력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마이클 유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 설립자 겸 대표는 "중국 바이오텍도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표준에 맞는 시설과 내부 컴플라이언스, 상업화 전략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빅파마와의 파트너십을 하나의 항암제 파이프라인에서 다수의 제품으로 확장하고, 항암을 넘어 다른 질환 영역으로까지 넓혀나가는 중”이라며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신뢰관계가 쌓여가고 있음도 강조했다.
AI기업 인수한 AZ…릴리는 엔비디아와 '피지컬 AI'까지 접수인수합병(M&A) 관련 딜은 주로 AI 기업과 성사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AI 항암 신약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AI 기업 모델라AI를 인수했다. 글로벌 항암 파이프라인 전반에 멀티모달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AI 에이전트를 본격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13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2026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 행사기간에 맞춰 모델라AI의 인수소식을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모델라 AI는 △병리 이미지 △임상 데이터 △유전체·분자 데이터 등을 통합 분석하는 멀티모달 생성형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번 인수로 모델라 AI의 생성형·에이전트형 AI 플랫폼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 연구개발(R&D) 조직에 직접 통합된다.
행사 첫째날인 지난 12일에는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1위 회사인 엔비디아와 1위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AI 신약 개발' 생태계를 새로 구축하기 위한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향후 5년간 총 10억달러(약 1조4600억원)를 투자해 샌프란시스코에 연구소를 세울 예정이다. 피지컬 AI를 활용해 완전히 자동화한 실험실을 만든다는 목표다. 같은 날 노바티스도 구글 자회사 아이소모픽랩스와의 협력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AI 기업의 헬스케어 기업 인수 소식도 전해졌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도 12일 의료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토치’의 인수를 발표했다. 업계에 따르면 인수금액은 약 1억달러(약 1400억원)다. 오픈AI가 최근 공개한 ‘챗GPT 헬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헬스케어 AI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는 "어느샌가부터 바이오 산업의 연구개발(R&D) 생산성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며 "이번 JPMHC에서는 AI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전통 제약사들과 빅테크 기업 간의 '이종교배'를 과감하게 시도 하는 모습"이라며 행사에 참여한 개인적인 의견을 밝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