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신축 대단지 아파트에서 방 한 칸이 월세로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화가 속도를 내면서 우리나라 아파트에서도 임대차 물건이 다양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15일 네이버 부동산과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용면적 59㎡에서 월세 물건이 나왔습니다. "아파트에서 월세 물건이 나온 게 무슨 대수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전용 59㎡의 방 한 칸만 세를 줍니다.
매물 설명을 보면 집주인과 함께 거주하는 조건입니다. 부엌, 욕실 2개, 공용공간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고 기재됐습니다. 방에는 붙박이장이 있고 방 앞에 있는 화장실을 쓰면 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집주인은 여성만 거주할 수 있다고 했고 주소 이전도 가능하다고 적어놨습니다.
관리비에 대한 내용도 적혀있습니다. 전기, 수도 등 관리비를 포함하면 월세는 160만원이라고 표기했습니다. 대신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등 사용 비용은 별도로 부과됩니다. 해당 타입 평면도를 살펴보면 세입자가 지내게 될 방은 욕실 앞 붙박이장이 있는 방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약 11㎡(3평 남짓) 수준입니다.
이 단지 인근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기존 조합원이었던 여성이 거주한다"며 "아무래도 함께 살아야 하는 만큼 세입자를 만나보고 계약을 맺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3호선 잠원역 일대엔 오피스텔이 없지만 한 정거장만 가면 신사역이 있는데 신사역 일대 오피스텔 가격은 전용 31㎡ 기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95만원 수준입니다.
메이플자이 방 한 칸 월세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40만원입니다. 일대 오피스텔보다는 가격이 높지만 지난해 6월 입주한 신축 아파트라는 점, 실내 수영장을 비롯해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골프장, 공유오피스 등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오피스텔과 달리 안전하다는 점 등은 매력이라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입니다.
강남권역에서 20년 이상 중개를 한 B 공인 중개 대표는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방 한 칸을 임대하는 사례가 꽤 됐다"며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 청약 등을 목적으로 주소지를 옮겨야 하는 경우 등 사례도 다양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실수요자들은 거주에서 만족할 수 있고 집주인 입장에선 빈방을 그냥 두느니 현금 흐름이 생겨서 좋은, 서로 득이 되는 구조"라고 부연했습니다.
전문가는 '방 한 칸 임대' 사례를 두고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확정 일자를 받은 월세 계약은 56만992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확정 일자를 받은 전·월세 전체 계약이 88만1254건인데 월세가 64.67%를 차지했습니다. 10건 가운데 6건 이상은 월세인 셈입니다. 이 비율은 △2021년 45.96% △2022년 53.53% △2023년 56.51% △2024년 60.31% 등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수석 연구원은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이미 해외에서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 공간, 또는 발코니만 월세로 주는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하면 이런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