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4일 11: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연말연시, 테크 기업들 가운데 출장 준비로 분주한 곳이 적지 않다. 해마다 신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CES는 미래 변화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글로벌 테크 전시회라는 의미를 지닌다. 첨단 테크 무대에서 글로벌 기업의 최신 기술과 제품, 전략 향방을 근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한국 기업의 CES 참여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다.
1월 6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올해 CES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보이는 AI와 보이지 않는 AI의 향연’이었다.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한 ‘보이는 AI’와 인간 삶 모든 곳에 산소처럼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AI’가 동시에 공존하고 고도화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이하여 개최된 CES 2026에서 부각된 주제를 ‘H.O.R.S.E’의 키워드로 분석해 볼 수 있다. 높이 도약하며 달려가는 붉은 말처럼 미래 혁신을 향한 기업의 추진력과 실행력이라는 의미에서 헬스테크(Heath-tech)·오픈 생태계(Open ecosystem)·로봇(Robot)·자율주행(Self-driving)·에너지(Energy)의 ‘H.O.R.S.E’ 키워드로 CES를 짚어볼 수 있다. 특히 올해 CES에서는 기업 간 협업을 기반으로 한 오픈된 개방형 생태계가 두드러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구글 딥마인드와 '미래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가속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CES에서 발표했다. 반도체 기업 AMD는 오픈AI와 CES 기조연설 무대에 함께 올라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엔비디아는 CES 연설에서 “오늘날 가장 좋은 모델(Best model)은 전문가 혼합 방식(Mixture-of-Experts, MoE)”이라고 강조했다.
로봇(Robot)과 AI가 결합한 피지컬 AI가 본격적으로 떠오르며 산업 현장은 물론 일상 생활까지 AI의 활용 영역이 한층 넓어졌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Self-driving)을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기술이 관심을 끌었다. 대규모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에너지(Energy) 이슈 역시 주요 화두로 부상했다.
CES 2026의 기술 흐름을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기술 4가지와 산업 확산 및 생태계 성장을 촉진하는 ‘확산 기술(Scale Driver)’ 6가지로 구분해, 총 10대 트렌드로 분석할 수 있다.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게임 체인저’ 기술로는 ①AI(인공지능) ②로봇 ③공간 컴퓨팅 ④스페이스 테크를 들 수 있다. 산업 전반의 활용 확대와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확산 기술’로는 ⑤스마트홈 ⑥디지털 헬스 ⑦모빌리티 ⑧라이프스타일 테크 ⑨핀테크 ⑩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꼽을 수 있다.
AI 분야에서는 기술 고도화와 함께 실제 산업 환경에서의 AI 적용 사례가 다수 공개됐다. 이는 AI 생태계 확장과 수익화를 위한 전략이 본궤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CES 2026에서는 기업용 AI(Enterprise AI)가 주목받은 가운데, AI 성능과 보안성의 강화를 통해 기업용 AI 솔루션이 발전하는 모습이 대거 공개되었다.
로봇 분야에서는 피지컬 AI가 핵심 키워드로 각광받으며, 휴머노이드 로봇을 중심으로 한 기술 경쟁과 글로벌 파트너십이 확대됐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어질리티 로보틱스 등 글로벌 기업과 국내 산학연 연합의 기술 전시도 큰 관심을 모았다. LG전자가 공개한 홈로봇 ‘LG 클로이드’ 등 가전 제어와 가사 수행이 가능한 로봇 또한 주목을 받았다. 또한 한국의 휴머노이드 연합 ‘휴머노이드 M.AX 얼라이언스’ 부스에서 국내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과 부품을 선보였다.
공간 컴퓨팅 분야에서는 컴퓨팅 기술과 AI, 센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진일보한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 디바이스 등이 다수 공개되었다. 이러한 XR 디바이스 성능 고도화로 미디어·엔터테인먼트와 게임 중심의 활용을 넘어, 헬스케어, 유통·소비재,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 공간 전반으로 XR 기술이 점진적으로 스며들며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흐름이 대두되었다.
스페이스 테크 분야에서는 인공위성을 활용하며 우주 환경 속 자원을 이용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이어졌다. 우주는 중력이 지구 대비 적은 미세중력 환경이라는 특징에 기반하여 바이오 실험과 물질 개발에 활용하는 등 혁신을 향해 나아가는 기업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스마트홈 분야에서는 AI 기반 기기 간 연결성이 강화되며, 일상 전반의 편의성과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는 다양한 홈 솔루션이 소개됐다. 삼성전자는 라스베이거스 윈(Wynn) 호텔에서 대규모 단독 전시관을 조성한 가운데,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한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선보이며 AI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생활 편의성을 높아지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다.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는 AI·빅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형 및 예측형 헬스케어가 확대되며 미래 의료 모델로서의 가능성이 제시됐다. 나아가 개인의 유전체, 생활습관, 의료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질병 발생 가능성과 치료 반응을 사전에 예측하는 예측형 헬스케어 관련 제품이 공개되며, 예측형 헬스케어가 미래 의료의 중요한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흐름을 보였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기술 진화와 함께 로보택시 등 AI 기반 서비스 혁신이 가속화됐다. 엔비디아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웨이모(Waymo), 죽스(Zoox) 등의 기업이 기술 혁신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았다. 차량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모빌리티 플랫폼 기술도 주요 흐름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일상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라이프스타일 테크(Lifestyle Tech) 분야 역시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참여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소비재·유통 기업이 성장 전략 실행 방안의 일환으로 AI를 필두로 한 디지털 테크를 기업 전략 전반에 적용했다. 전통적 소비재·유통 기업 외에도 테크 기업이 라이프스타일 분야에 관심을 높이며 CES 2026에서 패션테크, 뷰티테크, 푸드테크, 펫(Pet)테크 등이 두드러졌다. 뷰티테크를 선보인 아모레퍼시픽은 피부 노화 원인 분석 플랫폼 ‘스킨사이트’를 공개하며 삼성전자의 ‘AI 뷰티 미러’에 피부 분석 기술을 탑재해 CES 현장에서 시연했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금융 산업 전반에서 AI 도입이 확산되며, AI 에이전트 기반 금융 서비스와 함께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됐다. 글로벌 은행·보험사 전반에서 AI 도입이 확산되고 AI 활용 역량이 금융 산업 내 기업의 주요 경쟁력 요인으로 부상하며,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가 CES 2026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기술 발전에 따른 금융권 사이버 사고 증가로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다양한 보안 솔루션과 서비스가 등장했다.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전략 실행이 글로벌 기업의 필수 경영 과제로 자리잡으면서, CES 2026에서는 특히 에너지가 화두에 올랐다. AI 반도체 등 전력 수요가 확대되며 전력 확보를 둘러싼 기업 전략과 저전력 관련 제품 등이 올해 CES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아울러 AI 기반 전력망 운영 기술이 이번 CES에서 소개되었다.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 기술과 생태계 확장을 촉진하는 ‘확산 기술’은 기업의 새로운 기회 포착을 위해 중요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CES 2026에서 부상한 핵심 트렌드와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를 심층 분석하여,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재설계할 중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