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제값 주고 사냐더니…역대급 '폭탄세일' 들어간 전기차 [프라이스&]

입력 2026-01-14 12:04
수정 2026-01-14 14:43

연초부터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서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화됐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가격을 수백만원씩 낮춘 데 이어 서울시가 수소 전기차에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면서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구매 문턱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는 전기차와 수소차를 동시에 놓고 선택할 수 있는 이례적인 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는 올해 수소 승용차와 수소 버스 등 총 325대를 보급하기 위해 약 208억원을 투입한다고 14일 밝혔다. 수소 승용차 ‘디올 뉴 넥쏘’에는 대당 2950만원, 수소 버스에는 대당 3억5000만원의 구매 보조금이 지원된다.

수소 승용차 구매 시 개별소비세·취득세 감면 등으로 최대 660만원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공영주차장 요금 50% 할인,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면제 등 각종 이용 혜택도 제공된다. 서울시는 2050년 탄소중립 도시를 목표로 수소차 충전 인프라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 보조금 정책도 가격 인하 효과를 키우고 있다. 올해 전기 승용차 국고 보조금은 중·대형 기준 최대 580만원, 소형 이하는 최대 530만원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출고 후 3년이 지난 내연기관차를 처분하고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최대 100만원의 전환 지원금도 새로 도입됐다. 지자체 보조금까지 더하면 일부 차종은 동급 내연기관차와 가격 차이가 사실상 사라지거나 오히려 더 저렴해질 수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가격 인하 경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포문은 테슬라가 열었다. 테슬라는 지난달 말 모델 3와 모델 Y의 국내 판매 가격을 트림별로 최대 940만원 인하했다. 수백만원대 공식 가격 조정이 단행되자 수입차와 국산차를 가리지 않고 할인 경쟁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모델 Y의 경우 1분기 인도 가능 물량이 상당 부분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전기차도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합류했다. 르노코리아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세닉에 최대 800만원 규모의 자체 보조금을 적용했다. 제조사가 직접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실구매가는 중형 내연기관 SUV 수준까지 내려간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재고 물량을 중심으로 할인 폭을 키우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 5에 최대 590만원, 아이오닉 6에 최대 550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기아 역시 대형 전기 SUV EV9를 대상으로 최대 600만원 상당의 구매 혜택을 내걸었다.

이례적인 연초 할인은 공급 과잉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강화되는 환경 규제를 예상해 전기차 생산라인을 확대해왔지만 판매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재고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