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쫓다 실패할 것이 아니라 과정이 더 중요하고, 대구·경북 신공항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론 진전이 없는 만큼, 제로베이스에서 도민 의견 수렴부터 먼저 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북도지사 출마를 결심한 이강덕 포항시장의 최근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3선 시장으로서의 소회를 밝히는 자리를 넘어, 경북의 해묵은 과제들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실용적 해법’을 제시하며 사실상 경북도지사 선거를 향한 정책 대결의 포문을 열었다.
앞서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방식에 대해 가장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현재 경북도가 추진 중인 방식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직격한 것은 현 도정과의 가장 뚜렷한 차별점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 민간 자본에 의존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군 공항은 국가 안보 시설이므로 국방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하는 ‘국가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는 중앙정부를 강하게 설득할 수 있는 ‘강한 도지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정치적 구호보다 실체 있는 성과’를 강조하며 포항의 신산업(배터리, 수소, 바이오, AI) 육성 성공 사례를 본인의 보증수표로 내걸었다. 신년사에서 밝힌 ‘포항의 모델’을 경북 전역의 ‘행정 표준’으로 확산하겠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경북도지사 선거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포항의 산업 다변화를 일궈내며 신성장 동력을 마련한 저의 현장 행정 경험과 추진력을 이제 경북 전체의 삶을 개선하는 데 쓰고자 합니다. 포항은 지방소멸을 극복한 도시의 ‘롤모델’입니다. 무엇보다 포항을 비롯한 동남권 지역민들의 변화에 대한 간절한 여망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3선 시장으로서 검증된 역량을 기반으로 경북의 새로운 도약과 혁신을 실현하는데 온 열정을 바치고자 합니다.”
▷재임중 유독 대형재난이 많았습니다.
“지진 났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지진 때문에 그 정도의 대규모 피해가 일어난 건 처음이었습니다. 워낙 피해가 광범위하니 이걸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절망감마저 들었어요. 정밀 조사를 한 후 자연 지진이 아니라는 게 2019년에야 밝혀졌고, 특별법도 제정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물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정신적인 피해 보상은 아직도 요원한 실정입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런 위기에 포항시민들은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포항은 촉발지진과 태풍 ‘힌남노’라는 유례없는 위기를 시민들의 단합된 힘으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지진 특별법’을 이끌어냈고, 2900억원 규모의 재난 대응형 특별 재생사업을 통해 재난 극복의 상징 도시로 변신했습니다. 재난의 경험을 자산 삼아, 경북 전체의 안전을 설계하는 마음으로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전 정책’을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시장님 임기동안 또 주목할 변화중 하나가 ‘산업 다변화’입니다.
“예전의 포항은 철강 단일 도시였습니다. 수출에서 철강재가 95%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니 철강 경기가 좋을 땐 좋지만 안 그럴 땐 정말 대책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2차전지가 있습니다. 포항 수출 비중에서 2차전지 산업이 2015년 1%였던 것이 2023년 말 기준 38.5%로 급성장했습니다. 전기차 캐즘만 아니었다면 2차전지 수출액이 철강의 몇 배가 됐을 수도 있었습니다.”
▷2차전지 다음은 수소와 바이오입니다.
“제가 내놓은 해법은 ‘도시 체질의 근본적 혁신’입니다. 이는 한마디로, 다음 세대가 살아갈 고향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생존 전략‘이기도 합니다. 저는 취임초기 ‘대한민국을 지탱해 온 포항조차 지방 소멸의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치열한 위기의식을 느꼈습니다. 철강 산업의 뒤를 이을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하지 않는 것은 리더로서 ‘직무유기’라는 생각에 밤낮없이 고민했습니다. 지금의 변화는 포항시와 시민들이 합심해 이룬 결실입니다. 신산업 육성을 통해 도시의 성장엔진을 다양화했습니다. 기존 철강 산업을 고도화함과 동시에 포항의 우수한 산업 역량과 연구개발(R&D) 인프라 등을 기반으로 배터리·수소·바이오 등 3대 신성장 발전축과 AI와 마이스·관광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완성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와 분산에너지 특구지정도 포항발전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결국 산업이 바뀌면 일자리가 생기고, 환경이 바뀌면 사람이 찾아옵니다. 포항에서 흘린 땀방울과 성공의 기억을 이제 경북 전체의 희망으로 키워보고 싶습니다.”
▷지자체 행정을 이끄는 리더로서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먼저, 기회를 선점하는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입니다. 포항의 배터리 산업 유치가 대표적입니다. 탄소중립 시대, 전기차의 성장을 예견하고 한발 앞서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이끌어 냈습니다. 만약 조금만 주저했다면, 지금의 ‘글로벌 배터리 거점 도시 경북 포항’은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조직과 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리게 하는 ‘융합적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행정 부서 간의 칸막이를 허물어 협업의 시너지를 냈습니다. 더 나아가 지자체가 보유한 산업 역량과 우수한 인재, 자연 자원 등 흩어져 있는 강점들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이렇게 결집된 에너지는 도시의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어떠한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시장님이 신년사에서 ‘위민충정(爲民忠情)’을 강조했습니다.
“12년 임기동안 단 한번도 시정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포항이 거둔 성과는 모두 저 개인의 업적이 아니라, 함께해주신 시민들의 지혜가 모인 결과입니다. 지진과 태풍 힌남노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도 현장에서 시민들과 부대끼고 극복하며 몸소 깨달은 원칙은 분명합니다. 오직 시민만 바라보며 새로운 길을 여는 과감한 결단력이야말로 대전환의 시대에 갖춰야할 철학이라고 믿습니다.”
▷포항시민과 경북도민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포항과 경북은 대한민국 근대화의 주역으로서 국가의 고비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습니다. 현장에서 들려주신 변화에 대한 갈망과 간절한 목소리를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포항이 성공적으로 신산업 전환을 이뤄냈듯이, 이제 경북과 대한민국의 더 큰 미래를 위해 저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丙午年)을 맞아, 시민 여러분과 도민 여러분 모두의 삶에 도약과 성취가 가득한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