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김병주 회장 등 4명 구속영장 기각…"혐의 소명 부족" [CEO와 법정]

입력 2026-01-14 08:31
수정 2026-01-14 09:14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1000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 경영진 4명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3일 김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홈플러스 공동대표), 김정환 부사장, 이성진 전무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14일 새벽 이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에 대해 “사건의 피해 결과가 매우 중한 것은 분명하나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구속할 정도의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사건 쟁점과 검찰의 소명 자료 및 논리, 피의자의 방어 자료 및 논리를 고려했다”며 “소명 정도와 수사 경과를 고려하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로 인한 구속의 필요성보다는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 기회가 주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공판절차와 달리 영장심사에서는 피의자가 검찰의 증거에 접근할 수 없어 사전에 증거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박 부장판사는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진술 증거에 대해 피의자가 증인을 대면해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특히 고의 등 주관적 구성요건, 논리에 근거한 증명이나 평가적 부분에 관해서는 충분한 분석과 탄핵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김봉진 부장검사 직무대리)는 7일 이들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회장과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도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대규모로 발행한 뒤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힌 혐의(사기·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김 부회장과 김 부사장, 이 전무는 1조원대 분식회계 혐의(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위반)와 감사보고서 조작 혐의(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신용평가사 등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1조1000억원 상당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자를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리테일투자에서 홈플러스로 옮기는 과정에서 부채를 자본으로 처리하는 등 정해진 회계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홈플러스가 물품대금 지급을 위해 2023~2024년에 걸쳐 총 2500억원을 차입한 사실을 감사보고서에서 누락한 데다, 2024년 5월 1조3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으면서 조기상환 특약을 맺고도 이를 신용평가사에 알리지 않은 혐의도 영장에 적시됐다.

MBK 측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알려진 직후 입장을 내고 “검찰은 그간 회생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려는 MBK와 홈플러스의 노력을 오해했다”며 “이번 결정은 사안의 법리와 사실관계에 대해 MBK와 홈플러스의 입장이 타당하다고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생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한 책임 있는 결정을 감내해왔으며 앞으로도 회사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