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주가가 13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엑손모빌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지만, 월가는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엑손모빌 주가는 이날 2% 오른 126.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로, 엑손모빌 주가가 최고가를 기록한 것은 2024년 10월 7일(125.37달러) 이후 1년여 만이다. 최근 네 거래일 가운데 세 차례 상승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였던 전날에만 소폭 하락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는 지난주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베네수엘라를 “현재로서는 투자 불가능한 국가”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 엑손모빌을 베네수엘라 내 석유 거래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즈 CEO의 발언을 달가워하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월가가 엑손모빌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여전히 많다는 분석이다. 엑손모빌은 에너지 산업 전반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와 견조한 사업 운영으로 애널리스트들의 신뢰를 받아왔다.
특히 서부 텍사스 퍼미안 분지와 베네수엘라 인접국인 가이아나를 포함한 탐사·생산(E&P) 자산은 엑손모빌의 강점으로 꼽힌다. 가이아나는 엑손모빌의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짧은 기간 안에 글로벌 원유 공급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5달러 아래에서 움직이는 상황에서, 엑손모빌을 비롯한 통합 석유기업들이 불확실성이 큰 베네수엘라에서 적극적으로 기회를 모색할 유인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나스에서 트레이딩 부문을 이끌었던 바론 라마르는 마켓워치에 “베네수엘라의 장기적인 정치적 연속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기 전까지 자본은 신중하고 점진적이며 조건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내려가길 원한다고 밝혔지만,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 가격대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미국 원유 생산업체들의 이해와도 충돌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2000년대 우고 차베스 정권 시절 시작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까지 이어진 국유화 조치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했다. 마두로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3일 미군 작전 이후 미국에 신병이 확보된 상태다. 셰브론은 현재도 베네수엘라에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10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며, 다수의 에너지 기업이 이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베네수엘라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 미국의 안보 보장을 제공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주 회의에서 우즈 CEO는 석유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투자 자산에 대한 “지속 가능한 보호 장치”와 탄화수소 관련 법·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현지 상황을 평가하기 위한 기술 인력을 파견하고,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시장 복귀를 지원하는 데 협력할 의지도 밝혔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