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月 300만원' 조롱에…2030 '중소기업 갈 바엔 쉴게요'

입력 2026-01-14 17:22
수정 2026-01-15 01:11
2024년 경기도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A씨는 3년째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A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을 세전 월급이 300만원밖에 안 된다는 의미를 담아 ‘300충’이라고 비하하는 각종 SNS를 접하면 눈높이를 낮춰야겠다는 생각이 싹 사라진다”고 말했다. 충북의 김치 제조사 B식품은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 근무에 월급여 400만~500만원을 보장한다. 헬스장이 딸린 사택에서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취미 활동비도 준다. 그런데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직원 대부분이 네팔 출신 외국인 근로자다.◇청년뉴딜·창업 ‘투트랙’ 대책
14일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의 ‘쉬었음’ 인구는 71만7000명으로 처음으로 70만 명을 넘었다. 2023년 64만4000명이던 쉬었음 인구가 2년 만에 7만3000명(11.3%) 늘었다. 쉬었음이란 일할 의지가 없어서 구직활동 자체를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를 말한다. 지난해 20~30대 전체 인구는 1235만8700명으로 우리나라 청년 20명 가운데 1명이 고용시장을 이탈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는 대기업에 목을 매고, 지방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고통받는 ‘고용 미스매치’가 심각한 수준을 보여주는 통계라고 설명했다. 약 5년 전만 해도 청년층 고용 상황이 사회 문제가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드물었다. 1995년 72만 명이던 연간 출생아 수가 7년 만인 2002년 49만 명으로 줄었기 때문이었다. 2002년생들이 취업전선에 나서는 2025년 이후부터는 고용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의 보급으로 고용 수요(구인 수) 감소 속도가 고용 공급(취업자) 감소 속도를 앞지르면서 예상 밖의 청년층 취업 한파가 몰아닥쳤다는 설명이다.

청년층의 고용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고용노동부 중심의 ‘청년 뉴딜’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하는 ‘청년창업’의 두 갈래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경제성장전략 대국민보고회에서 청년층의 고용시장 이탈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이르면 다음달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뉴딜은 청년층의 지방 중소기업 취업 지원이 핵심이다. 중소기업 근속 인센티브 확대, 지방산업단지 중소기업 취업 시 청년 근로자와 기업에 대한 보조금 및 세제 혜택 강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난이 심각한 지방에서 먼저 일 경험을 쌓게 하겠다는 취지다. 청년창업은 만 39세 이하 창업 기업 대표에 한해 ‘창업 인프라 코칭’ 등을 지원하는 청년사관학교의 예산을 늘리고, AI 등 신산업 분야 청년 창업기업에 소득·법인세 감면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中企에서 대기업 이직 12%에 불과문제는 실효성이다. 보조금을 주고, 세금을 깎아준다고 해서 청년들이 지방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리겠냐는 것이다. 데이터처의 일자리 이동통계에 따르면 2023년 이직자 가운데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비중은 12.1%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공을 들여온 청년창업도 사실상 실패한 정책에 가깝다는 평가다.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극소수 인재를 제외하면 경험과 지식이 모두 부족한 청년층이 창업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연령별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20대, 30대 폐업률은 각각 20.4%, 14.2%로 40대(9.9%)와 50대(8.0%)보다 월등히 높았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창업에 실패한 청년층은 경력 단절 기간과 나이 때문에 고용시장에 재진입하기가 어렵다”며 “무분별한 청년창업 지원은 자칫 고용시장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기부는 “1조원 규모의 재도전 펀드를 2030년까지 조성하는 등 과거 정부와 달리 모든 영역에서 ‘준비된 창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곽용희/황정환/남정민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