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레짐 체인지' 노리나…시위대에 "정부기관 점령하라"

입력 2026-01-14 17:20
수정 2026-01-15 01:5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란 시위대를 향해 “(정부) 기관을 점령하라”고 했다.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란 ‘레짐 체인지’(정권교체)까지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핀포인트’ 군사작전 암시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이란 애국자들이여, 계속 시위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분을) 살해하고 학대하는 이들의 이름을 남겨라. 그들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적었다. 또 “(이란 정부가) 무분별한 시위대 살해를 멈출 때까지 이란 당국자들과의 모든 회의를 취소했다”며 “도움의 손길이 가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란 정부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어떤 형태로 이란을 돕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다양한 형태로 많은 도움이 가고 있다. 경제적인 지원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란을 그다지 많이 돕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은 이미 이란의 핵 능력을 무력화했다”고 했다. 전면전보다는 이란 지도부에 대한 ‘핀포인트’식 소규모 군사작전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기반 단체인 인권운동가통신(HRANA)이 집계한 이란 시위 관련 사망자는 2500여 명(군경 147명 포함)에 달한다. 노르웨이 기반 단체인 이란인권(IHR)은 미확인 정보에 따르면 사망자가 60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확인되진 않았지만 일각에선 사망자가 1만2000명을 넘었다는 말도 나온다.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는 안구 부상 사례만 400건 이상 보고됐다. 의료진이 접한 시위대의 총상은 대부분 눈과 머리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사는 외신에 “보안군이 고의로 머리와 눈을 쏘고 있다”며 “시위대가 앞을 보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교수형에 처할 가능성에 관해서는 “그런 일을 한다면 우리는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우 강력한 조치’의 의미에 대해선 “이기는 것”이라며 “나는 이기는 것을 좋아한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것이나 집권 1기 때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도자인 가셈 솔레이마니 장군을 사살한 것 등을 언급했다. ◇美, 정권교체 지원할까미국 정부 내에선 이란 개입 수위를 놓고 고민하는 기류가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정권이 평화적인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살해한다면 미국이 구하러 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사살된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열흘 넘게 ‘개입하겠다’는 말만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핵심 지도부는 제거하되 외부에 협조하는 기존 세력의 지위를 보장해 주는 ‘베네수엘라 모델’을 이란에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 회장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정권교체 정책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리비아 등에서 실패했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며 “표적에 대한 공격이 이란 내 민족주의적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에 배치된 미군 주요 자산도 이란에 즉각 개입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관료는 워싱턴포스트에 “행정부는 보복 위험 없이 완전한 물리적 공격을 수행할 만한 (중동)지역 내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처럼 별도 공격 자산을 활용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대응을 살피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석유 시장을 흔들고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군사 공격을 말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이란에 대한 파괴적 간섭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