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車시장 다 훑은 정의선 "인도 홈브랜드 될 것"

입력 2026-01-14 17:04
수정 2026-01-15 00:39

“인도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도록 30년 뒤를 내다보는 ‘홈 브랜드’ 전략을 추진해야 합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를 ‘홈 마켓’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현지 맞춤형 차량을 제작하고, 생산도 늘려 현대차그룹이 ‘뜨는 시장’인 인도에서 국민 기업으로 뿌리내리겠다는 얘기다. 정 회장은 앞서 미국과 중국을 방문하는 등 올 들어 10여 일 만에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을 모두 찾았다. 로보틱스, 자율주행, 배터리·수소 등 미래 기술을 점검하는 동시에 글로벌 자동차 시장 공략법을 가다듬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도를 美 이은 두 번째 시장으로1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12~13일 현대차·기아 인도 공장 세 곳을 찾아 현지 생산 판매 현황과 중장기 전략을 점검했다. 첫 일정으로 인도 동남부 현대차 첸나이공장을 방문해 현지 전략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 생산 라인을 둘러봤다. 정 회장은 “현대차는 30년간 인도 국민의 사랑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인도 국민기업으로 거듭나자고 강조했다.

인도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한국, 유럽 다음으로 많이 판매하는 시장이다. 연간 400만 대가 넘는 차량이 팔리는 인도는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이다.

이런 거대한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20% 안팎 점유율로, 인도와 일본 합작사인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 대국(14억5000만 명)이자 주요 경제 대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지난해 7.2% 추정) 덕분에 자동차업계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첸나이(82만4000대), 아난타푸르(43만1000대), 푸네공장(25만 대)을 통해 인도에서 150만 대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2024년 현대차 인도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하며 인도 국민을 주주로 받아들였다. 인도 국민기업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26개 신차를 출시해 인도를 미국에 이은 두 번째 시장으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美 로보틱스·中 배터리·수소 챙겨정 회장은 앞서 이재명 대통령 중국 국빈 방문과 연계해 지난 4∼5일 베이징을 찾아 현지 기업들과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의 쩡위췬 회장과 중국 1위 에너지 기업 시노펙의 허우치쥔 회장을 잇달아 만나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사업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리자동차와 비야디(BYD) 등 현지 브랜드가 장악한 중국 내수시장에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중국 전략형 전기 SUV ‘일렉시오’를 출시한 데 이어 2030년까지 중국 전기차 라인업을 6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이어 6~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현장을 찾았다. 현대차그룹은 이 자리에서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필두로 제조, 물류, 모빌리티 전반을 아우르는 인공지능(AI)·로보틱스 전략을 공개했다. 정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빅테크 경영자들과 만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전환하기 위한 인공지능(AI)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협상 등 경영 불확실성이 줄어든 올해를 ‘도약의 해’로 만들기 위해 정 회장이 진두지휘에 나선 것”이라며 “정 회장의 국내외 현장 경영이 올해 한층 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