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 문학상 1회 수상작…해외 5개국 독자와 만난다

입력 2026-01-14 17:18
수정 2026-01-14 23:37
한국경제신문이 2024년 창설한 아르떼 문학상 제1회 수상작인 정덕시의 장편소설 <거미는 토요일 새벽·사진>이 미국·캐나다·영국·이탈리아·우크라이나 등 5개국에 판권이 판매됐다. 신인 작가의 데뷔작이 다수 국가에서 동시에 주목받아 해외 판권 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국내 출판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14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거미는 토요일 새벽>은 영어와 이탈리아어, 우크라이나어로 번역돼 5개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한국경제신문이 기성과 신인을 아울러 이 시대에 필요한 새롭고 신선한 작품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로 신설한 아르떼 문학상의 첫 수상작이다. 정 작가는 아르떼 문학상을 통해 처음 등단한 신인 작가다.

소설은 17년간 함께한 반려 거미 ‘두희’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타란툴라인 두희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거미를 향한 사회적 혐오와 호기심, 가족과의 갈등, 인간이 비인간을 인공적 환경에서 길러온 방식에 대한 윤리적 질문과 마주한다. 작품은 따뜻한 위로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근본적인 이해 불가능성을 외면하지 않은 채 그 경계에서 관계의 의미를 재사유한다.

총 367편의 응모작 가운데 선정됐던 이 소설은 ‘펫로스’와 ‘동물권’이라는 동시대적 의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반려동물로는 다소 낯선 ‘거미’를 서사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당시 심사위원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해외 판권 거래를 중개한 김태은 신원에이전시 대표는 “지난해 런던 도서전에서 이 작품을 처음 소개했다”며 “펫로스를 다룬 소설은 많지만, 거미라는 소재는 해외에서도 매우 독특하게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출판사들이 여성 주인공의 서사, 생태 윤리와 동물권, 소수자에 대한 함축적 메시지 등 작품의 의미와 확장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책을 출간한 은행나무 출판사의 백다흠 편집장은 “코로나19 이후 한국 문학에 대한 해외 출판계의 관심이 점차 누적돼 왔고, 재작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그 관심이 확연히 가속화됐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신예 작가의 데뷔작은 물론, 각국에서의 사회문제와 연계돼 있거나 보편성이 담보된 작품을 주목하는 환경이 조성된 듯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아르떼 문학상을 통해 한국 문학의 새로운 얼굴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는 방침이다.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는 장편소설 문학상으로,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0만원과 단행본 출간 기회가 주어진다. 제3회 아르떼문학상 공고는 이달 말 공개 예정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