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늘고 대출규제까지…경기 외곽 '청약 찬바람'

입력 2026-01-14 17:00
수정 2026-01-14 23:57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입지에 따라 가격과 청약 결과가 크게 엇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실거주 수요가 많은 선호 지역에서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과 청약 경쟁률이 오르는 추세다. 하지만 외곽 지역에서는 미분양 적체로 신규 공급에 제동이 걸리다시피 했다. 게다가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에 나선 게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미계약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선 수도권 외곽 분양 시장 침체로 민간 공급이 더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미분양 걱정에 신규 택지 ‘일시 멈춤’
14일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최근 열린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에서 경기 안성시 월정지구 택지조성사업과 이천 신둔역세권 도시개발사업 등이 보류 결정을 받았다. 주변 분양 단지의 미분양 상황이 심각한 데다 향후 주택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월정지구 택지조성사업은 안성시 일죽면 11만㎡ 부지에 지상 25층 규모 공동주택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위원회에서는 인근 용인 등에 공급이 많아 주택을 분양하더라도 수요가 적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택 수요 예측과 사업성을 다시 판단하라는 것이다.

이천 신둔역세권도 미분양이 화근이다. 위원회는 2024년부터 미분양 주택 증가 속에 기존 분양 단지도 용도를 변경하고 있어 신규 공급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분양 시기가 2030년으로 여유가 있어 2585가구 공급 계획을 천천히 세워도 된다는 의견이 나와 보류 결정이 이뤄졌다.

정부에선 미분양 위험 지역 내 공급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위원회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도 지역에 따라 미분양 누적으로 신규 공급 계획을 미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지역에서 기존 주택 매각이 안 되는 게 분양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경기도의 민간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저조한 편이다. 초기 분양률은 분양을 시작한 지 3개월 초과~6개월 이하 단지의 평균 분양률이다. 경기도 초기 분양률은 2024년 4분기 90.5%를 기록한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 3분기 67.4%에 그쳤다. 작년 3분기 전국 평균(75.7%)보다 낮다. 장기 침체를 겪는 지방만큼 수도권 분양시장도 어렵다는 의미다.◇대출 규제에 수도권 외곽 분양 ‘찬바람’업계에선 지난해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동시 적용돼 분양 심리가 더 얼어붙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고강도 대출 규제가 겹치며 수도권 내 갈아타기 수요가 줄어 외곽 지역부터 미분양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6·27 수도권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통해 중도금·잔금 대출에 6억원 한도를 적용했다. 대책에 앞서 대출을 받았더라도 기존에 받은 중도금 대출 한도가 6억원 이상이라면 입주 전 초과분을 상환해야 한다. 전세를 끼고 잔금을 치르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전면 금지됐다.

서울 강남권 등 과열 지구에 적용되는 대출 규제가 수도권 외곽에도 그대로 도입돼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 미분양 적체가 계속되고 있다. 경기 평택시는 브레인시티 등지의 미분양 증가 여파로 작년 11월 기준 미분양 물량(3594가구)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중 최대였다. 경기 양주시(2736가구) 김포시(1210가구) 의정부시(1102가구) 이천시(1015가구) 등은 모두 네 자릿수 미분양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공공분양 등을 제외한 수도권 다수의 민간분양 단지가 분양시장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양가는 공사비 인상 등으로 계속 상승세인데 분양 수요는 대출 규제로 위축돼 분양시장이 더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이 수도권 분양에서도 어려움을 겪으면 건설업계 유동성 리스크가 가중될 것”이라며 “수도권 외곽에서는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