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북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 주장이 이어진 가운데 이미 용인 지역 국가 산업단지 토지보상금으로 쓰인 돈이 7000억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상당한 비용이 소모된 만큼 청와대가 직접 선 긋기까지 나섰지만, 전북권 의원들이 이전 주장을 멈추지 않고 있어 남은 지방선거 기간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경기 용인시갑을 지역구로 둔 이상식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들어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의 토지 보상 비율(금액 기준)은 지난 12일 기준 27.7%에 달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19일 삼성전자와 산단 조성을 위한 부지 매입 계약을 마쳤고, 22일부터 보상 협의에 착수했다. 한달도 지나지 않아 상당한 진척을 보인 셈이다. 해당 산단의 토지 전체 감정평가액은 약 2조6000억원 상당이다. 감평액을 기준으로 이미 약 7300억원의 금액이 소모된 것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일반산단(SK하이닉스)에 600조원, 국가산단(삼성전자)이 380조원 등 1000억원에 육박하는 투자가 진행 중인 초대형 사업이다. 일반산단의 경우 이미 첫 번째 팹(반도체 제조 공장)이 착공된 상태다. 산단 조성 공정률은 작년 말 기준 70%를 넘겼다. 국가산단 역시 토지 보상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천문학적 매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국비의 상당 금액이 투입된 점도 부담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정부가 투입한 비용은 1916억원에 이른다. 전력·용수 등 기반 시설 구축에 1290억원, 송전선로 지중화에 626억원이 쓰였다. 정부는 올해도 기반 시설에 500억원, 지중화에 559억원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지중화의 경우 작년부터 오는 2038년까지 총 8851억원의 지원 계획이 이미 잡혀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설이 불거진 것은 지난달 26일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한 라디오에서 "전기가 생산되는 곳으로 기업이 가야 한다"라고 발언한 내용에 대해 안호영 민주당 의원이 '스피커'를 자처하며 힘을 실었다. 이후 전북권 의원들이 주장에 동조하자 당내 경기권 의원들이 집단 반발했고, 청와대가 8일 직접 나서 "기업 이전은 기업이 판단할 몫"이라며 입장을 밝히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전북도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안 의원은 전날에도 SNS에 "수도권 의원님들 너무 하십니다. 용인 반도체의 지방 이전은 말라가는 지역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는 발언을 남기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경기지역 정치권에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정치적 논리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상식 의원은 “2030년경까지 각국의 반도체 산업 주도권 확보 결과에 따라 해당 국가의 경제 및 안보 역량이 결정된다는 전망이 압도적”이라며 “이미 박차를 가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미국의 실리콘밸리, 대만의 신주단지 등과 경쟁해야 할 산업 강국 한국의 심장”이라고 강조했다. 중앙당 차원에서도 전북권 의원들이 필요성을 강조 중인 이전 관련 특별위원회 구성 등에 대해선 신중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시은/이슬기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