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복제약을 위한 변명

입력 2026-01-13 17:08
수정 2026-01-14 00:30
복제약이라는 말의 어감은 좋지 않다. 통상 복제는 짝퉁, 모방, 베끼기 등을 연상시킨다. 복제약의 공식 명칭은 제네릭이다. 특허가 끝난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유효성분과 제형·함량으로 만들어 동일한 효과를 확인한 의약품을 말한다. ‘생물학적 동등성시험’ 등 엄격한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단순 복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제약업계는 설명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복제약 대신 ‘후발의약품’이란 표현을 쓴다.

정부는 2022년 보건복지 분야 전문용어를 보다 쉽게 만들겠다며 제네릭 명칭을 복제약으로 바꾸려고 했다. 제약업계는 “제네릭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질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정부는 용어 변경을 철회했다. 정부 타깃 된 제네릭제네릭은 이번 정부 들어 다시 타깃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약품비 부담을 줄이고 신약 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제네릭 약가를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제네릭 가격을 오리지널 의약품 최초 약가의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의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제약업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달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약가 개편을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호소했다. 협회는 개편안 시행에 따른 업계 피해 규모가 연간 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때문에 업계 종사자 12만 명 중 1만4800명이 실직하고, R&D와 설비투자 동력도 상실할 것으로 우려했다.

제약업계는 이미 지난 20여 년간 정부의 약가 인하 기조로 고통받아 왔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00년 가격을 100으로 봤을 때 2025년 가공식품은 233.85, 도시가스는 229.08로 오른 반면 의약품(조제약)은 72.56으로 떨어졌다.

제약업계는 제네릭이 국민 건강과 보건 안보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제네릭은 환자들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덜어준다.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값싸게 시장에 공급될 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약가도 낮추기 때문이다. 특허 만료 후 제네릭이 시장에 나오면 오리지널 약가와 제네릭 모두 기존 오리지널 약가의 53.55%로 책정된다. 제약바이오협회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제네릭 출시로 인해 약 4000억원의 건보 재정이 절감된 것으로 추산했다. 우려되는 의약품 공급난제네릭은 의약품 공급망을 떠받치고 있다. 한은아 연세대 약대 교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에서 생산되는 의약품 1만7552개 품목 중 99%가 제네릭이었다. 이에 따라 제네릭 약가가 인하되면 채산성이 떨어진 제약사들의 생산 중단으로 의약품 공급난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KOTRA가 2024년 발간한 ‘장기화되고 있는 일본 의약품 부족 사태’ 보고서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보고서는 일본 정부의 약가 인하로 제약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제네릭은 생산하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현지에서 의약품 부족이 발생하는 주요 요인으로 짚었다.

신약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옳다. 하지만 제네릭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신약과 제네릭은 모두 그 나름의 역할이 있다. 정부가 국민 건강과 보건 안보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할지 다시 한번 신중히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