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정부 최초 ‘부처 생산성’ 외부 컨설팅 받는다… “가짜 일 30% 걷어내기” 정조준

입력 2026-01-13 17:03
산업통상부가 부처 본연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하고, ‘일하는 방식’에 대해 객관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외부 전문 기관의 컨설팅을 받기로 했다. 정부 부처가 특정 정책 과제가 아닌 ‘부처 자체의 생산성’을 객관적으로 진단받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승철 산업부 기획조정실장은 13일 에너지 공공기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산업부 내부의 생산성과 관련해 외부 기관의 객관적 진단을 받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추진 중인 ‘가짜 일 30% 줄이기’를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라는 설명이다.

산업부는 전날까지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업무보고를 받았다. 외부 컨설팅을 받아 일하는 방식을 개편하겠다는 선언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돕는 한국생산성본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김정관 장관이 전격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에서 벌이는 생산성 수준을 진단하는 작업을 정부 부처 내부에 적용해, 현재 공무원들이 수행하는 업무 중 불필요한 관행이나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없는지 체계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산업부는 이를 위해 생산성본부가 아닌 제3의 외부 전문 컨설팅 기관을 선정해 용역 형태로 의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실장은 “실제 진단을 맡길 외부 기관과 협의를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앞서 대통령 업무보고와 산업부 타운홀 미팅 등에서 “(공무원은) 세금을 써도 된다고 국민이 납득한 일이 아니면 하지 않는 게 옳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관가에선 정부가 컨설팅 기업과 협업하는 게 드문 사례는 아니지만, 부처가 ‘일하는 방식’을 외부의 칼질 대상에 올린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산업부는 석유화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업종 협회를 통해 보스턴컨설팅 그룹과 협업하지만, 이는 해당 프로젝트 관련된 전문성을 빌리려는 조치다. 과거 금융위는 우리은행 민영화와 산업은행 혁신안 마련,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기능 조정, 과기부는 디지털 뉴딜 등 각종 세부 업무에서 외부 컨설팅 업체의 힘을 빌린 적이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가 벌이는 정부 조직 진단과 효율화가 그나마 조직 컨설팅과 유사한편이지만, 개별 부처가 일하는 방식 전 과정에 대해 ‘외부 시선’으로 점검해보겠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 부처는 민간 기업이나 산하기관에 대해서는 엄격한 경영진단과 효율성을 요구해왔으나, 정작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의 생산성’은 검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런 강수를 둔 건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민간기업인 두산그룹에서 근무한 김 장관의 업무스타일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최초로 시도되는 부처 자체의 생산성 진단이 관료 조직의 고질적인 비효율을 깨는 메스가 될지 주목된다.

한편 전날까지 진행된 산업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선 원전 수출을 둘러싼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간의 업무분장 관련 불협화음에 대해 김 장관이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보인다. 양기욱 원전전략기획관 “양측이 해외 시장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며 막대한 중재 비용과 수수료를 지불하는 상황을 두고 김 장관의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원전 수출에 대한 업무분장에 전향적인 합의점을 찾기 위해 현재 한수원에 남기는 안, 한전에 맡기는 안, 두 기관이 조화롭게 기능을 분리해 협업하는 안을 놓고 용역을 진행 중이다.

김 장관은 산업기술진흥원(KIAT)-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무역보험공사-코트라(KOTRA) 등 유사 기능을 가진 기관 간의 실질적인 협력 체계 구축을 강조했고, 자원 안보와 관련해선 해외 개발 자원의 비상시 국내 도입 테스트를 강화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