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둔 부모가 아들만 키운 부모보다 노년기 인지 기능을 더 잘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허하이대학교(허베이대) 연구팀은 고령 부모의 자녀 구성과 인지 기능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여성과 노화(Journal of Women and Ageing)'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8년 건강 조사에 참여한 60세 이상 고령자 수백 명을 대상으로 인지 기능과 뇌 활동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의 기억력, 정보 처리 속도, 집중력, 계산 능력, 언어 이해력 등 다양한 인지 지표를 종합 평가한 뒤, 자녀의 성별과 인원수에 따라 차이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딸을 둔 부모들의 뇌 건강 점수와 인지 기능 지수가 아들만 둔 부모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동딸을 둔 부모에게서 가장 뚜렷한 긍정적 효과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의 배경으로 딸이 제공하는 돌봄과 정서적 교류를 꼽았다. 연구팀은 "딸들은 부모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정서적 지지를 제공해 인지 수준을 높이고, 사회적 고립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며 "일반적으로 딸들이 상대적으로 더 풍부한 정서적 지지를 제공함으로써 부모의 인지 기능 보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효과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또 딸과 실제로 함께 거주하는지 여부보다, 정기적인 연락이나 지속적인 정서적 교류 같은 관계적 연결이 인지 기능 유지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딸이 제공하는 정서적 지지가 고령 부모의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장기간 추적 자료를 통해 딸의 돌봄 역할과 부모의 인지 변화 간 관계를 더 정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치매학회가 발표한 '2025 치매 백서'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이미 105만 명을 넘어섰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10.2%)이 치매 환자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환자 수가 142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치매 전 단계'로 불리는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인지율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도인지장애는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인지 저하가 뚜렷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조기 발견과 함께 지역 단위 예방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