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앱 라인(LINE)을 기반으로 아시아 전역에 진출한 일본 라인파이낸셜이 최근 글로벌 인터넷은행 사업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라인파이낸셜의 대만 자회사인 라인뱅크는 지난해 월간 흑자를 기록하며 현지 인터넷은행 1위 업체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태국의 라인BK는 최초로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카카오, 토스 등 국내 플랫폼 업체가 내수시장에 안주하는 사이 ‘탈(脫)네이버’를 선언한 일본의 라인은 글로벌 핀테크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인, 메신저로 세계 진출
황인준 라인파이낸셜 대표 겸 라인뱅크 이사회 의장은 13일 대만 타이베이 라인뱅크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라인뱅크는 대만 인터넷은행업계 최초로 작년 12월 월간 흑자로 돌아섰다”며 “라인뱅크는 당장 올해 분기, 연간 단위 흑자를 모두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인뱅크는 2021년 4월 출범한 대만 인터넷은행이다. 사용자 220만 명을 확보해 업계 1위에 올랐다. 라인뱅크는 지난 3년간 신용대출 잔액 증가율이 대만 전 금융권에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라인파이낸셜이 운영하는 다른 국가의 금융사들도 최근 잇따라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라인파이낸셜이 2020년 태국에 설립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인BK는 지난해 1분기 최초로 분기 단위 흑자를 기록했다. 황 대표는 “라인BK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큰 규모 흑자를 냈다”며 “인도네시아에서 하나은행과 함께 지분 투자한 라인뱅크도 매년 흑자 규모를 키워 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라인파이낸셜이 세계 각국 금융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라인 메신저 서비스의 플랫폼 경쟁력이 꼽힌다. 라인은 대만, 태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메신저 앱이다. 대만에서는 전체 인구 2300만 명 중 2200만 명이 라인을 사용한다.
황 대표는 “대만에서 라인의 영향력과 지위는 한국에서 카카오톡이 차지하는 것보다 높다”며 “메신저 앱의 압도적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만 2040 인구 4명 중 1명을 고객으로 확보한 것이 라인뱅크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韓 플랫폼, 기술력만 앞서”
라인파이낸셜은 일본 라인야후가 100% 지분을 소유한 기업이다. 라인야후 지분 62%를 보유한 A홀딩스는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50%씩 지분을 갖고 있지만, 네이버의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경영은 물론 기술 개발과 사후 관리까지 사실상 모두 손을 뗐기 때문이다. 이에 라인 앱을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 네이버인데도 라인파이낸셜 매출은 네이버가 아니라 소프트뱅크의 연결 실적으로 잡힌다.
일본 정부를 등에 업고 탈네이버를 선언한 라인파이낸셜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는 사이 한국 플랫폼 업체들은 내수시장에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도네시아의 디지털은행인 슈퍼뱅크 설립 과정에 카카오뱅크가 참여하긴 했지만, 보유 지분이 8.66%에 불과하다. 토스와 토스뱅크는 지난해 해외 진출을 선언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출 지역도 확정하지 못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만의 라인뱅크는 기술력만 보면 아직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지도 못했을 정도로 한국 인터넷은행보다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도 “하지만 플랫폼 경쟁력을 토대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세하는 ‘큰 그림’은 일본이 앞서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타이베이=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