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최대 대목인데 눈앞 캄캄"…진퇴양난에 빠진 초콜릿 전문점 [트렌드+]

입력 2026-01-14 07:30
수정 2026-01-14 09:53

"코코아 가격은 내려갔는데 납품업체는 다음 달부터 재룟값을 20% 올린다고 하네요. 곧 밸런타인 대목인데 재료비 부담이 커져 눈앞이 캄캄합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초콜릿 전문점을 운영하는 40대 이 모 씨는 최근 납품업체로부터 가격 인상 안내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만 납품 가격이 다섯 차례 올랐는데, 연초에도 추가 인상 소식이 전해져 원부자재 비용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밸런타인데이가 최대 대목인데 남는 게 없다고 해서 제품 가격을 납품가 상승률만큼 올렸다간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 있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선물용 초콜릿 수요가 집중되는 밸런타인데이(2월14일)를 한 달 앞둔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초콜릿의 주 원재료인 국제 코코아 가격은 최근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국제 코코아 가격은 t당 5872달러로 전년 동월(1만832달러) 대비 약 46% 낮아졌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가격이 내린 결과다.

국제 코코아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시중 초콜릿 가격은 좀처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환율과 인건비 등 각종 제반 비용 부담이 원재료 가격 하락분을 상쇄할 만큼 가파르게 치솟으면서다.


지난해 초부터 미국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고 달러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중후반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인건비 역시 부담이다. 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3년 전인 2022년(9160원) 대비 약 12.7% 올랐다.

그 결과 국내 초콜릿 가격은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초콜릿 가격은 전년 대비 17% 상승했다. 개별 제품 가격을 살펴보면 인상 폭은 더욱 체감된다.

'밀카'(밀크초콜릿, 딸기초콜릿, 버블리)는 3600원에서 4800원으로 약 33% 올랐으며 '드림카카오 초콜릿'은 4000원에서 5000원(25%)으로 조정됐다. 'ABC밀크초콜릿'과 '가나밀크초콜릿'도 2800원에서 3400원으로 21%씩 인상했다.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부담도 커졌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초콜릿 소비자물가지수는 163.66(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139.63) 대비 17.2%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기준 연도인 2020년과 비교했을 때 초콜릿 가격이 약 63% 이상 올랐음을 의미한다.


베이커리와 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초콜릿을 비롯한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밸런타인데이 등 초콜릿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를 앞두고도 재료비 부담이 매출 확대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잇따른다.

초콜릿 전문점을 10년 넘게 운영한 이 모 씨는 "재작년과 비교하면 초콜릿 원재료 가격이 배로 뛴 셈"이라며 "제품 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있다 보니 함부로 손대기가 무섭다"고 푸념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료 가격 부담이 다소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평년 대비 3배 정도 높은 수준"이라며 "환율, 인건비 등 다른 비용 부담도 여전히 크다"고 설명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