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뇌사 상태에 이른 50대 남성이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삶을 전하고 세상을 떠났다.
1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2일 단국대학교병원에서 박용신 씨(59)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와 양쪽 신장을 각각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렸으며, 뼈·연골·근막·피부 등 인체 조직도 함께 기증해 100여 명의 기능적 장애 회복에 희망을 전했다.
인체 조직기증은 뇌사 또는 사망 후 타인을 위해 뼈, 연골, 근막, 피부 등의 인체 조직을 대가 없이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박 씨는 지난해 10월 30일 과속 차량과의 충돌 사고로 도랑에 떨어지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심정지 상태에서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의료진은 가족들에게 장기기증은 뇌사자만 가능해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가족들은 박 씨가 생전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밝혀왔던 점과 삶의 마지막 순간 다른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충청남도 홍성군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박 씨는 어린 시절부터 일찍 일을 시작해 영업 택시, 화물 트럭, 관광버스 운전 등 다양한 일을 해왔다. 밝고 활동적인 성격으로 정이 많았고,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 도움을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쉬는 날에는 영화를 보거나 가족들과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즐겼다.
박 씨의 아들 박진우 씨는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떠나보내니 '밥은 먹었냐?'라는 그 안부가 유난히 그립다"며 "생전에 장기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삶을 살리고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씀하시던 아버지가 실제로 여러 생명을 살리고 떠나셔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께 사랑받은 만큼 저 또한 성실하고 따뜻하게 잘 살아가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박용신씨와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