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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을 겨냥한 미 법무부의 수사 개시 소식이 알려진 이후 Fed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 전반에 확산했다. 통화정책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 달러 가치는 하락했고 금 가격은 급등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차기 Fed 의장 인준을 하지 않겠다”는 강한 반발이 나온 가운데 전임 Fed 의장들은 “신흥시장에서나 있을 독립성 훼손”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12일(현지시간)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전일 대비 0.75% 하락한 98.8을 기록하며 약세를 나타냈다. 대신 투자자들은 금으로 피신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장중 전일 대비 3.1% 치솟은 트로이온스당 4638.2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격을 경신했고 은 선물도 장중 8.2% 급등해 85.84달러를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주식과 채권은 예상과 다르게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08%포인트 상승하는 것에 그쳤다. S&P500지수는 장 초반 하락 출발했지만 이후 회복해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 반응이 미미했던 것은 투자자들이 Fed와 트럼프 간 갈등에 대해 우려는 하면서도 트럼프가 Fed의 정책을 좌우하려는 시도가 결국 성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CNBC도 파월 의장 해임 시도가 확실해질 때까지 ‘셀 아메리카(미국 주식 매도)’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정재계의 반발은 컸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톰 틸리스 의원(공화·노스캐롤라이나)은 엑스(X)에 “이 법적 사안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Fed 의장 공석을 포함해 어떤 지명자의 인준에도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 은행위 소속 케빈 크레이머(공화·노스다코타) 의원도 “파월 의장이 범죄자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원 은행위는 차기 Fed 의장 지명자가 인준 절차를 밟는 곳이라 이들이 등을 돌리면 트럼프 대통령의 Fed 인사 구상이 타격을 입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파월 수사에 대해 모른다고 밝힌 것, 공화당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파월 수사가 행정부 내 강경파의 ‘앞선 행동’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같은날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 전 Fed 의장을 포함한 13명의 경제학자는 공동 성명에서 “이런 일은 제도가 취약한 신흥시장에서나 통화정책을 입안하는 방식”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경제 기능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수반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치주의가 우리 경제 성공의 토대이자 가장 강력한 힘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옐런 전 의장은 CNBC 인터뷰에서 “극도로 소름 끼친다”며 “시장은 이 사안을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다고 액시오스는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은 1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 의장 수사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파월 의장이 오는 5월 의장 임기 종료 후에도 Fed를 떠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짚었다고 전해진다. 그동안은 파월 의장이 5월 의장직에서 물러나면 Fed를 떠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Fed 고위 관료 출신이자 현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서 재직 중인 데이비드 윌콕스는 “이번 수사 발표로 파월이 Fed를 떠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워졌다”며 “파월은 (이사) 자리에 남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