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영화라고 하면 열등하게 보는 시선도 있어요. 영화제나 이런 데서 관객이 적당히 들어도 후보에도 못 오르고, 저지레 연기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죠. 그런 면에서 '하트맨'이 좋은 성과를 이뤄서, 좋은 코미디 영화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권상우의 말에는 코미디 장르를 향한 애정과 동시에,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온 배우로서의 솔직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었다. 13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그는 영화 '하트맨'의 흥행을 기원하며 이같이 소망했다.
'하트맨'은 코미디 흥행 시리즈 '히트맨'을 연출한 최원섭 감독과 권상우가 다시 손을 잡은 작품이다. 돌아온 남자 승민(권상우)이 첫사랑 보나(문채원)와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로, 유쾌한 웃음 속에 사랑과 가족, 관계의 감정을 촘촘히 담아냈다.
뮤지션의 꿈을 접고 악기 판매점을 운영하는 승민 앞에 레전드 첫사랑 보나가 다시 나타나면서, 봉인해 두었던 감정은 단숨에 깨어난다. 문제는 그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는 것. 영화는 이 비밀을 중심으로 웃음과 설렘, 그리고 뭉클한 감정을 오간다.
권상우는 "재밌는 코미디 영화이기도 하지만, 유쾌함 안에 사랑 이야기와 멜로가 있고, 멜로이면서도 아이와 아빠의 관계성까지 담겨 있다"며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라 다채로운 재미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시사 이후 배우들끼리 나눈 대화도 인상 깊었다. 권상우는 웃으며 "우스갯소리로 '하트맨'을 찍기 위해 '히트맨'을 찍었나 이런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편의 영화다. 관객과의 접점이 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하트맨'은 전작들의 빠른 템포와 생활 밀착형 웃음을 유지하면서도, 감정의 깊이는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작품은 최원섭 감독과의 세 번째 호흡이다. 권상우는 감독에 대한 신뢰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단편 영화 때부터 코미디 영화에 대한 신념과 열정이 분명한 감독이다. 코미디 영화 하겠다는 목표가 확실한 사람"이라며 "코미디가 종종 가볍게 평가받는 현실 속에서도 끝까지 이 장르를 붙들고 있는 점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좋은 성과를 내서 감독도, 코미디 장르도 더 많은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중년 남성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단호했다. "'탐정'이라는 영화에서도 했고, 역할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어요. 설정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죠."
극 중 아이를 숨기고 연애를 이어가는 설정에 대해서도 그는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 "너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다"며 "딸을 숨길 수밖에 없는 상황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기할 때는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존재했다"라고도 했다.
'하트맨'은 아르헨티나 원작 영화가 있지만, 권상우는 원작을 보지 않았다. 그는 "어차피 그 톤으로 찍을 영화도 아니었고,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대신 현장에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살을 붙여가는 작업에 집중했다. "대본과 똑같이 가는 신은 거의 없었다"며 "촬영 기간이 두 달 반으로 짧았지만, 다른 스케줄 없이 온전히 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고 압축적으로 잘 찍었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요소 중 하나는 딸 소영을 연기한 아역배우 김서헌이었다. 권상우는 소영 캐릭터를 '하트맨'의 핵심 감정축으로 꼽았다. "정해진 틀 안에서 연기했을 텐데, 시사 반응을 보고 더 놀랐어요. 김서헌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반응이 터지더라고요."
그는 "요즘 코미디 영화가 입소문을 타려면 분명한 장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아역 배우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서헌에 대해서는 "욕심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나이대의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소영을 표현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코미디 연기에 대한 자신의 접근법도 분명히 했다. "와, 내가 웃겨야지 이렇게 접근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톤에 맞춰 최선을 다해 연기했을 뿐"이라며 "진지하게 접근했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코미디로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맡아온 캐릭터들에 대해 "결핍이 있는 인물들이 많고, 그 결핍이 매력으로 보일 때 코미디가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첫사랑을 연기하는 데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들어오면 무조건해야죠. 저는 이 영화를 코미디가 아니라 멜로 영화라고 생각하고 촬영했어요. 제 나이에 받아볼 수 있는 좋은 시나리오였습니다."
문채원과의 키스신에 대해서는 "'통증' 이후 오랜만이었고, 악기점 키스신은 갈망하던 첫사랑이 한 번에 터지는 신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자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얄밉지 않게 보이는 것이 중요해 애드립도 넣고 많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연예계 잉꼬부부로 잘 알려진 그는 아내 손태영에게 키스신과 관련해 허락을 구했느냐는 질문에는 웃음으로 답했다. "말하진 못했어요. 일은 일이니까요. (키스신이 많아서) 혼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행히 개봉 전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영화를 본다면 딸에게 많이 혼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성공해야 합니다. 하하"
결혼 후 가정을 꾸리고 작품 선택에 대한 기준도 변했다. 장남인 룩희 군은 어느새 아빠 영화를 볼 수 있는 십대가 됐다. 이에 대해 권상우는 "우리 아이가 볼 거라는 생각은 항상 한다"며 "자녀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코미디, 조금은 감동적인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고 덧붙였다.
권상우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며 자신을 "늘 치고 올라가야 했던 배우"라고 표현했다. 그는 "거의 신인 감독님들과 작업을 해왔고,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감독님들과 다시 만난 경우가 많다"며 "대감독님들에게 픽업을 당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순제작비 100억 원이 넘는 작품을 해본 적도 없다.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늘 불안한 마음으로 임했고, 항상 치고 올라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작업해 왔다"고 털어놨다. 그런 과정에서 오는 희열도 분명히 있었다고 했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은 결국 함께 작품을 해야만 교류가 가능한데, 장르적으로도 그렇고 늘 그런 관계 속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경험은 그에게 일종의 결핍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권상우는 "어딘가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이 늘 있었다"며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고,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항상 낭떠러지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불안과 결핍이 지금의 자신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해왔고, 아직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금 더 찾는 배우, 필요할 때 떠올려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트맨'은 코미디 영화지만, 별빛보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부녀의 사랑이 담긴 따뜻한 영화입니다. 방학에 자녀들과 함께 보면 관계도 더 좋아질 수 있는 가족 영화라고 생각해요. 한국 영화시장이 위축돼 있지만 극장에서 관객들을 많이 만나고, 승부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영화 '하트맨'은 1월 14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