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만치료제 시장에 '반값 위고비'가 등장하면서 현지 업체들까지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말 노보노디스크가 윈난성과 쓰촨성 등 남부 지역에서 위고비 가격을 절반으로 인하하면서 현지 업체 또한 가격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 L.E.K.에 따르면 중국에는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에 필적할 60개 이상의 GLP-1 후보 물질이 후기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신약 개발 업체인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는 이달 초 이미 자사 신약 마즈두티드의 가격을 기존(2920위안) 대비 40%가량 내렸다. 마즈두티드는 지난해 6월 승인된 중국산 최초 비만 치료제다.
이밖에 중국 CSPC제약그룹과 장쑤 헝루이제약 등의 비만 치료제가 임상 후기 단계에 있다. 화동의약의 경구용 치료제도 3상 임상시험을 완료했다.
SCMP는 노무라의 중국 의료분야 연구 책임자인 장자린을 인용해 "다국적 기업들이 이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가격을 내렸다"면서 "현지 업체들도 이를 따라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체이스의 양황 연구원은 중국의 소규모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제약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기존 전망보다 빠르게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앞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각각 자사 비만약인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중국 내 가격을 지난해 12월부터 인하했다. 위고비는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주 1회 고용량 주사 기준 가격을 1900위안(약 40만원)에서 최근 900위안대(약 20만원)로 내렸다. 마운자로 10㎎ 제형 가격은 450위안(약 10만원)에 그쳐 당초 가격(2천180위안, 약 46만원)보다 80% 가까이 내렸다.
'반값 비만치료제'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각 업체의 고육지책이다. 중국에서 오는 3월 위고비 특허가 만료되면서 현지 복제약 출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제프리스의 아시아 헬스케어 리서치 책임자 추이 추이는 "(업계는) 이익보다 점유율 방어를 우선시하고 있다"면서 "이윤이 높은 분야이므로 제조업체가 이 정도 가격 인하는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가격 경쟁은 중국 비만 인구의 급격한 증가세와도 연관 있다. 의학 저널 란셋은 2021년 기준 4억명 수준이던 중국의 비만 인구는 2050년 6억3000만명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했다. 토니렌 맥쿼리캐피털 아시아 의료 분야 연구 책임자는 "중국 제약사들은 효능을 입증하는 글로벌 연구 결과가 없어 약값을 더 낮춰야만 할 것"이라면서 "중국 비만약 시장은 궁극적으로 소비 중심의 오락, 미용의 형태로 변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복제약 등장으로 가장 큰 타격이 전망되는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3월 중국 유나이티드래버러토리스의 비만, 2형 당뇨병·기타 대사 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전 세계 판권(중화권 제외)을 2억 달러(약 2947억원)에 인수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