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3일 11:1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본격 추진하며 올해 유가증권시장 1호 상장사 타이틀을 노린다.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올해 공모주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첫 시험대로 주목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르면 이달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과거 두 차례 상장을 시도했으나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이견으로 모두 철회한 전력이 있다. 2023년 2월과 2024년 10월 각각 IPO를 추진했지만 공모주 투자자와 기업가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은 뒤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의견 조율에도 실패했다.
이번 상장에서는 눈높이를 다소 낮춘 4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상장 도전 당시 4조~5조원을 희망했지만 시장과의 간극이 컸다는 점을 의식한 조정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세대 사업자로 모바일 금융을 중심으로 개인과 기업 고객 기반을 확대해왔다. 최근에는 개인사업자(Business) 시장과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 분야를 향후 성장 축으로 제시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전통 은행과 다른 성장 스토리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은 IPO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담 요인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수익성 개선 흐름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 1034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15.5% 감소했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 오히려 실적 모멘텀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주요 비교기업으로 거론되는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인터넷은행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4조원대 기업가치를 설득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 상장 성패가 1조원 이상 대형 IPO 재개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모금액이 1조원을 넘는 IPO는 지난해 2월 LG CNS 이후 사실상 끊긴 상태다. 중소형 공모 위주로 안정적인 흐름은 이어졌지만, 대통령 선거와 모자회사 동시상장 논란 등이 겹치며 대형 IPO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케이뱅크가 공모에 성공할 경우, 상장을 미뤄온 대어 후보들의 행보도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심사를 받고 있는 에식스솔루션즈를 비롯해 무신사, 구다이글로벌, HD현대로보틱스 등이 조 단위 공모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 IPO는 단일 기업 상장을 넘어 올해 공모 시장 전반의 체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라며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 결과가 이후 대형 IPO 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