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반도체 관련주 투자로 좋은 성과를 내려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종목 비중을 늘리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잇따르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능력 확충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 기관 소부장 매수세 눈길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대역폭메모리(HBM) 후공정에 필수적인 TC본더를 제조하는 장비업체 한미반도체는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38% 넘게 급등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박막 증착용 장비업체 테스도 약 17.3% 상승했다.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 ‘투톱’ 삼성전자(15.9%), SK하이닉스(14.2%)를 웃도는 상승률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수혜가 소부장 기업으로 확산할 것이란 기대가 관련 종목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까지는 반도체 가격 상승 모멘텀(동력)이 극대화될 것”이라며 “대형주와 소부장주가 동시에 주목받는 시장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설비 투자는 소부장 종목의 본격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P4와 P5 라인에,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이미 가파르게 상승한 반도체 대장주 투자만으로는 계속 시장 수익률을 앞서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소부장 비중을 50%까지 확대해 분산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 극대화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개인투자자는 아직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 매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020년의 팬데믹 상승장에서 삼성전자를 주당 7만~8만원대에 매입한 투자자들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선 뒤 이 같은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달 2일부터 9일 동안에만 총 2조7000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투자가들은 같은 기간 반도체 소부장 주식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기관 순매수 상위권에 한미반도체(1590억원), 원익IPS(631억원) 등이 올랐다. ◇ “소부장서 더 큰 수익 가능”증권사들은 국내외 대형 반도체 기업과 긴밀한 영업 관계에 있는 소부장 종목을 유망주로 꼽았다. 하나증권은 테스와 브이엠을 SK하이닉스의 생산능력 확충에 따른 수혜주로 제시했다. 테스는 지난 2일 SK하이닉스로부터 120억원 규모 장비 공급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LS증권은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유니셈, 하나머티리얼즈, 코미코 등을 관심 종목으로 꼽았다. 유안타증권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에 특화된 설계자산(IP) 전문 업체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테스트 소켓 제조사 ISC에 주목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집중돼온 AI 반도체 수요가 로보틱스, 모빌리티 등으로 확산할 것”이라며 “올해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서의 AI 반도체 활용도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리노공업, 테스, 한솔케미칼, 솔브레인을 올해 유망 소부장 종목으로 제시했다. 이들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장비·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범용 반도체 가격 상승도 소부장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수의 시장 조사업체는 D램 가격이 올해 1분기 55~60%, 낸드플래시는 33~38%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능력을 확대하더라도 실제 가동은 2027년쯤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까지는 (공급부족으로 인한)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