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를 추진하자, 미 의회에서 공화당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 모두에서 “Fed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파월 의장은 12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Fed 본부 리노베이션 공사 처리 과정과 이에 대한 의회 증언을 둘러싸고 형사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수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보다 느린 속도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자신을 압박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인 공화당 톰 틸리스 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Fed 인사 지명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밝혔고, 이 같은 입장은 다른 공화당 의원들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으로 구성돼 있어 공화당 의원 1명만 이탈해도 인사 지명이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공화당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알래스카)은 “행정부의 이번 수사는 강압에 불과하다”며 “Fed가 독립성을 잃을 경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안정성 모두가 위협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의회가 법무부의 수사 자체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 종료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파월 의장에 대한 교체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파월 의장은 의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2028년까지 Fed 이사로 남을 수 있다. 틸리스 의원의 인사 차단 방침은 파월 의장 후임 인선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프렌치 힐 의원(공화·아칸소)은 “국가 경제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리노베이션 증언을 이유로 형사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이자 평소 파월 비판자로 알려진 케빈 크레이머 의원(공화·노스다코타)도 “파월 의장이 훌륭한 Fed 의장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범죄자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Fed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공화·와이오밍)은 “파월 의장이 의회를 오도했는지 여부에 대해 국민은 답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법무부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면서, Fed의 독립성과 차기 연준 인선 문제가 미국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