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만산 수출품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TSMC가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무역협상을 조만간 타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TSMC도 한국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 혜택을 받게 됨에 따라 삼성전자는 상대적 우위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3명을 인용해 미·대만 관세 협상이 이르면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합의안에는 미국이 대만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0%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합의를 체결한 한국·일본산 수입품에 적용되는 관세율과 같은 수준이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TSMC는 미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최소 5개를 증설하기로 약속한다고 NYT는 전했다. TSMC는 애리조나에 2020년 반도체 공장을 1개 완공했고, 2028년 완공을 목표로 2번째 공장을 건설 중이다. TSMC는 여기에 더해 4개 공장을 증설할 예정인데, 미국 내 설비투자 규모를 현재 예정된 것의 두 배로 늘리는 것이다.
앞서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 총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상호관세를 15%로 낮춘 바 있다. 대만의 대미 투자 총 액수와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협상은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의 자국 내재화를 강화하려는 의지와 대만이 관세 혜택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TSMC가 미국 내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삼성전자도 추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엔비디아, 애플 등 미국 빅테크들이 미국 내에서 제조된 TSMC 칩을 더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되면 삼성전자의 수주 경쟁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어서다. TSMC의 미국 내 영향력이 더 커지면서 현지 인력확보 등 측면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370억 달러(약 51조원)를 들여 공장을 건설 중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TSMC와 정면 승부를 벌여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테일러 공장의 조기 안착과 함께 TSMC보다 한발 앞선 차세대 공정(GAA) 수율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