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에스파가 일본 공영방송 NHK의 연말 음악 프로그램 ‘홍백가합전’ 무대에 오른 시간을 둘러싸고, 일본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른바 ‘원폭 음모론'이 확산했다. NHK 측은 이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추측"이라며 선을 그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에스파는 새해 전야에 열린 ‘제76회 NHK 홍백가합전’ 무대에 출연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 시각이 오후 8시 15분이라는 점을 두고,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히로시마 원자 폭탄 투하 시각(8시 15분)과 광복절(8월 15일)을 연상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지 온라인에서는 “NHK가 의도적으로 이 시간에 배정했다”, “일본을 모욕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게시물이 확산했다.
에스파의 곡 위플래시(Whiplash) 가사에 포함된 '빅 플래시(big flash)'라는 표현 역시 원자폭탄의 섬광을 암시한다는 근거 없는 해석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NHK는 지난 9일 산케이신문을 통해 “SNS에서 제기된 추측은 근거 없는 가짜 정보이며, 어떠한 의도도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에서는 에스파의 중국인 멤버 밍밍의 홍백가합전 출연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된 바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022년 닝닝은 SNS에 램프 사진과 함께 ‘귀여운 조명을 샀다’는 설명글을 함께 게시했다. 하지만 해당 조명이 원자폭탄 폭발로 형성되는 ‘버섯구름’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이후 중·일 갈등이 심화하면서 온라인에서는 에스파 닝닝의 홍백가합전 출연을 반대하는 서명 운동까지 이어졌다. 일본 누리꾼들은 “역사적 비극을 가볍게 다뤘다”, “일본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기했고, 해당 서명은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14만 건의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대해 NHK는 "에스파 소속사를 통해 해당 멤버가 원폭 피해를 경시할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출연 변경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결국 닝닝은 독감을 이유로 실제 방송에는 불참했다. NHK 홍보국은 “가짜 정보 확산에 대해 앞으로도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