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개입으로 환율 떨어지자 美 증시 달려가는 현실

입력 2026-01-12 17:02
수정 2026-01-13 00:35
외환당국이 지난해 말 고강도 개입으로 간신히 눌러놓았던 원·달러 환율이 새해 벽두부터 다시 튀어 오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민연금 환헤지 등으로 1429원80전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8거래일 만인 어제 1460원대로 복귀했다. 시장 수급을 거스른 인위적인 환율 방어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9일 국내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19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달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정부가 환율을 억지로 끌어내리자 서학개미들은 이를 달러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 미국 증시 투자를 늘린 것이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외국인이 1조7000억원어치 이상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물론 베네수엘라·이란 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달러 강세도 환율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한·미 관세협상에 따라 연간 200억달러 한도의 대미 투자가 올해 본격화할 예정인 데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가 이어지리라는 전망 역시 원화 가치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총지출 증가율을 8%대로 높인 ‘슈퍼 예산’과 과도한 통화량 증가는 원화 약세의 중요 원인이다.

이런 외환시장 불안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업 규제와 노동 경직성, 불확실한 정책에 따른 저성장 기조를 타파하지 않는 한, 더 안전하고 높은 수익률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투자금을 막아내기 어렵다. 현재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와 해외 증시를 동등한 경쟁시장으로 보고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진퇴를 결정한다. 미국 주식을 팔아 국내 주식을 샀다가도 다시 해외 증시로 나가는 양상이 반복된다. 따라서 고환율을 잡기 위한 ‘보여주기식’ 시장 개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노동·규제 개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건전 재정 기조를 회복해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