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 바퀴 날아 포르투갈로…'정교한 샷' 담금질 시작됐다

입력 2026-01-12 17:42
수정 2026-01-12 17:43

‘서재원 기자의 KLPGA 스타 전지훈련 동행기’는 이시우 코치가 이끄는 빅피쉬골프아카데미의 해외 전지훈련을 밀착 취재해 소개하는 기획 코너입니다. 포르투갈 포르티망 모르가도CC 현장에서 KLPGA 선수들의 훈련 과정과 생활, 프로그램, 인터뷰 등을 앞으로 2주간 온라인과 지면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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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남부 알가르브 지방 포르티망. 비행기로 약 16시간을 이동한 뒤 차로 2시간30분을 더 달려야 닿는 이곳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다. 겨울이면 사실상 ‘야외 훈련 불가’에 가까운 한국을 떠나 따뜻한 땅에서 스윙을 다시 가다듬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최고 교습가로 꼽히는 이시우 프로가 이끄는 빅피쉬골프아카데미는 지난 4일부터 포르티망에 있는 모르가도CC를 베이스캠프로 삼아 약 두 달간 동계 훈련에 돌입했다. 박지영, 배소현 등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은 일주일 전부터 훈련을 시작했고, 일부는 개인 일정에 맞춰 합류할 예정이다. 이날 현지에 도착한 박현경은 “작년까지 베트남에서 훈련했고 포르투갈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날씨가 정말 좋다고 들었는데 새 시즌을 준비할 생각에 벌써 설렌다”고 웃었다.◇美서 시작된 전지훈련 문화 골프 전지훈련의 역사는 192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따르면 미국 북부 지역 클럽 소속 선수들을 중심으로 겨울에 플로리다·텍사스·캘리포니아주 등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해 경기와 훈련을 이어가는 문화가 생겼다.

전지훈련이 ‘거점화’된 건 투어 규모가 커지면서부터다. 대회 일정이 연중 촘촘해지자 선수들은 겨울에도 라운드를 소화할 수 있는 지역에 집과 훈련 시설을 두고 시즌 내내 컨디션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골프 선수들의 전지훈련은 2000년대 들어 한층 산업화됐다. 리조트와 골프장이 연습장·피지컬·쇼트게임 시설을 묶은 프로그램을 앞세우고, 트랙맨 등 데이터 기반 훈련까지 보편화되면서 전지훈련은 단순한 ‘겨울 피난’이 아니라 시즌 성적을 좌우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한국 투어 선수들의 동계 전지훈련도 같은 흐름을 탔다. 한국의 겨울은 기온과 바람 변수 탓에 야외 훈련 자체가 쉽지 않아 선수들은 1~2월이면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해 라운드로 감각을 쌓는 루틴을 만들었다. 제주나 남부 일부 골프장이 겨울에도 운영되지만, 추운 날씨 속 무리한 훈련은 부상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해외 전지훈련이 점차 보편화됐다.

골프 전지훈련의 풍경은 ‘팀 스포츠 캠프’와는 다르다. 축구·야구처럼 구단이 한곳에 모여 합숙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수 각자가 계약한 코치의 설계에 따라 훈련지가 정해지고 기간도 협의로 달라진다. 비용 역시 선수 개인 부담이다. 같은 장소에 있어도 훈련 일정은 제각각이고, 목표에 따라 2~3주 단기부터 2개월 장기까지 선택이 갈린다.◇유럽 등 다양한 국가로 확대최근 KLPGA투어·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선수들의 동계 전지훈련은 ‘지역 다양화’가 특징이다. 과거엔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가 ‘가성비 캠프’의 대표 주자였다. 이동 동선이 짧고 체류비가 비교적 낮아 장기 체류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최고급 환경을 원하는 선수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일대를 찾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유럽과 오세아니아까지 선택지가 넓어졌다. 포르투갈·스페인 등 유럽 남부는 ‘라운드 중심 훈련’이 가능한 날씨에다 상대적으로 낮은 현지 물가까지 겹치며 새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시우 코치는 “1월 포르투갈 남부 지역은 낮 기온이 15도 안팎으로 선선할 뿐 아니라 훈련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호주 등은 치안과 생활 여건이 안정적이고, 영어권 환경에서 장기 체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변화의 배경엔 고환율도 있다. 달러 강세 국면이 길어지면서 미국 캠프는 항공료뿐 아니라 체류비 부담이 커졌다. 동남아 역시 환율이 오르면서 ‘예전만큼 싸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최근 캄보디아를 둘러싼 사건·사고 이슈가 불거지면서 일부 선수들 사이에선 동남아 전반에 대해 치안 변수를 더 꼼꼼히 따져보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따뜻하고 싸다’만으로 결정하기보다 환율, 치안, 장기 체류 여건까지 종합적으로 따지는 흐름”이라며 “전지훈련지 선택이 더 세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포르티망=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