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심포니 새 지휘자 아바도…'伊 클래식'으로 첫 인사

입력 2026-01-12 17:33
수정 2026-01-13 00:28

신년음악회라면 오스트리아 빈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들뜬 리듬과 위트 사이로 우아함과 약간의 겸양이 고개를 내미는 왈츠로 새해를 맞는 건 중부 유럽의 전통.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이 클리셰 같은 레퍼토리에 반기를 들었다.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이탈리아 곡들로만 새해 맞이 공연을 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레퍼토리를 책임진 지휘자는 로베르토 아바도. 올해부터 3년간 국립심포니의 음악감독을 맡기로 한 이탈리아인이다. 이번 공연에서 아바도는 악단 음악에 집중하고자 협연자도 두지 않았다. 첫 곡으론 20세기 초 활약한 작곡가 레스피기의 ‘환상적인 장난감 가게’를 골랐다. 발레를 위해 편곡된 작품답게 특유의 리듬감이 넘실거리는 30분 길이 작품이다.

악단은 타란텔라, 마주르카, 코사크 무곡, 캉캉, 왈츠 등 유럽의 다양한 춤곡을 오가며 장난감 인형들이 사람들 몰래 춤추는 모습을 그려냈다. 백발을 휘날리며 무대에 오른 71세 아바도는 연주 중 주안점을 두는 악기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자신의 해석에 따라올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일정한 강세를 유지하면서도 강약을 섬세하게 조절하며 짧은 시간 안에 음량을 조절해 소리가 넘실거리는 느낌을 담아냈다. 곡의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다 보니 색감이 현란한 광고 영상을 이어 보는 듯한 인상이 나기도 했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채로운 악기들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충분했다. 현악기의 보조를 맞추며 타격감을 조절하던 트라이앵글, 병정 인형의 딱딱거림 같은 캐스터네츠 소리는 부드러운 목관 사이에서 청량감을 드러냈다. 마지막 춤곡인 갤럽(원을 그리며 춤을 출 때 쓰이는 4분의 2박자 곡)에선 기수가 탄 말이 속보로 걷다가 뛰는 것처럼 바이올린이 속도감을 끌어올렸다. 아바도는 자동차의 액셀과 브레이크를 섬세하면서도 또렷이 제어하는 드라이버 같았다.

공연 2부에선 베르디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에 쓰인 곡 ‘사계’가 관객을 맞았다. 이 오페라는 프랑스의 통치에 불복했던 시칠리아인들이 봉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곡 자체는 시칠리아의 자연 풍경에 집중한다. 봄날의 새소리 같았던 목관의 독주는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마지막 곡은 로시니 오페라 ‘윌리엄 텔’의 서곡. 첼로의 감미로운 서주로 시작한 악단은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 속 고양이와 쥐의 추격전을 음악으로 재현하듯 밝고 긴박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맥도날드의 빅맥 광고 음악으로 친숙한 피날레를 연주할 땐 현악 연주자들의 열의 넘치는 활 움직임이 돋보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