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오토텍 "현대차 이어 해외 공조시장 공략"

입력 2026-01-12 16:19
수정 2026-01-13 02:49

지난 9일 충남 아산에 있는 KB오토텍 본사에선 작업자 대여섯 명이 ‘전기버스용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을 적용한 냉난방 제품을 조립하는 데 한창이었다. 전기 냉난방 장치(히트펌프)를 부착한 이 제품은 올해 초 양산을 시작해 현대자동차에 납품할 예정이다. 5일 취임한 팽현성 KB오토텍 대표는 “지난해 5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트럭에 들어갈 냉난방공조(HVAC) 생산 라인을 늘렸다”며 “지난해 흑자 전환한 데 이어 기술 격차를 벌려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1t 트럭 공조 장치 독점 코스닥시장 상장사 KBI메탈의 비상장 계열사 KB오토텍은 자동차 냉난방공조 전문 업체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 국내 임직원 500여 명이 제품 설계와 생산, 풍동 실험 등 전 공정을 자체적으로 처리한다. 200억원을 들여 지은 풍동 실험실은 온도와 습도, 풍속 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로 극한의 기후를 재현해 제품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1t 트럭 냉난방공조 장치 시장을 주도하고 승합차 분야에서 과반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지만 큰 위기를 겪었다. 2016년 시작한 노사 갈등으로 1500억원대 매출 손실이 발생하면서다. 팽 대표는 “연말마다 ‘테크 데이’를 열고 회사의 신기술과 미래 비전을 임직원 전원이 토론하며 노사가 다시 화합해 손실을 최소화해 온 것이 KB오토텍의 숨은 저력”이라며 “이런 문화를 계승하고 모두가 원팀으로 뛸 수 있도록 회사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96개의 기술 특허를 보유한 것도 이 회사의 강점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이 차량 탑승 인원과 위치를 파악해 바람을 효율적으로 보내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계열사인 동국실업과 함께 생산하는 자동차용 복사열 난방 기술은 히터 바람이 나오기 전 사람 몸에 직접 열을 보낼 수 있다. ◇군용 냉난방공조로 시장 확대현대차 매출 비중이 80%인 이 회사는 고객층도 넓히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후방 냉난방공조 제품을 새로 수주했다. 지난해 7월엔 육군 중형표준차(KMTV)에 냉난방공조 제품을 독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인도 최대 자동차 회사 타타모터스가 중동 등에 수출하는 버스에는 KB오토텍의 에어컨이 독점으로 쓰인다. 팽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현대차를 제외한 매출 비중을 4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24년 자사 냉난방공조 제품에 특화한 표면실장기술(SMT) 생산 라인을 가동했다. SMT는 인쇄회로기판(PCB) 위에 전자부품을 부착하는 공정 기술이다. 연간 30만 개인 생산능력을 올해 안에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팽 대표는 “범용 제품은 기존의 외주 생산 방식을 유지하되 고난도 기술의 신제품 위주로 자체 설비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지난해 최대 매출을 냈을 것으로 회사는 추정하고 있다. 이 회사의 2024년 매출은 2549억원이다.

2011년 KBI그룹에 합류한 팽 대표는 14년간 KBI메탈 전기장치 사업을 총괄했다. 그는 “통합 공조 솔루션을 구현할 수 있는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며 “전장 사업 경험을 살려 올해도 사상 최대인 매출 3000억원을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산=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