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액 122조? 줄여서 공개해야"…빚 1.4조 불법 탕감한 국세청

입력 2026-01-12 16:31
수정 2026-01-13 15:33

국세청이 누계체납액 발표를 앞두고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3년에 걸쳐 총 1조4000여억원의 국세징수권을 위법, 부당하게 소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12일 국세청을 대상으로 체납징수 업무 제도와 운영실태를 점검한 뒤 이같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날 "국세청은 국회 요구에 따라 누계체납액 공개(2021년)를 앞둔 2020년 10월 누계체납액이 122조원으로 확인되자 부실 관리 비난이 우려된다면서 이를 100조원 미만으로 축소하기로 계획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이같은 조처는 불법이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국세채권 소멸시효는 5년(5억원 이상은 10년)이다. 체납자에 대한 압류 해제 시 시효가 다시 시작되기 때문에 체납자 재산 압류 해제를 통한 체납액 감축은 불가능하다.

감사원은 "국세청은 누계체납액을 축소하기 위해 지방청별 누계채납액 감축 목표(20%)를 일률적으로 할당했다"며 "고액체납자 등이 포함된 압류해제 점검명세를 법령과 다르게 소멸시효 기산점을 압류해제일이 아닌 '추심일' 또는 '압류일' 등 이전 시점으로 소급하도록 업무지침을 함께 시달했다"고 했다.

국세청은 이같은 방식으로 누계체납액 축소실적을 직원 성과평가 항목에 신설·반영하는 등 목표 달성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국세청은 고액 세금을 탕감할수록 못 걷은 세금 총액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며 중점 체납관리 대상인 고액체납자(5000만원 이상 체납) 1066명 체납(7222억원)을 임의로 소멸시효 완성 처리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국세청이 이같은 방식으로 2021년 1조1891억원의 국세채권을 위법하게 소멸시켰다고 했다. 국세청은 이후 2022년과 2023년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총 3년간 1조4268억원 규모의 국세채권을 위법 소멸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기산점을 임의 적용해 국세징수권을 부당하게 소멸시키는 일이 없도록 국세행정시스템(NTIS)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며 "관련자 1명에겐 주의를 요구하고 2명은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체납관리단을 통해 현장을 직접 확인해 적법하게 업무를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인력과 조직의 한계로 장기간 관리되지 않았던 묵은 체납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해 신속하게 전산시스템과 관련 규정을 정비했다"고 전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