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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우리은행 WM상품부 이코노미스트
한은의 통화정책 변경 경계감
작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주식시장이 유례없는 상승세를 보이는 동안, 국내 채권금리는 작년 4분기부터 빠르게 오르면서 채권 시장은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국채 금리의 만기별로는 3년물 이하 구간보다 5년~10년 구간의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채권 수익률 곡선은 가팔라졌다. (bear steepening)
작년말 국내 채권 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원인은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하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되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인상 사이클로 전환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의 경우,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슈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국내 채권금리 상승폭이 주요국 대비 가팔랐던 현상은, 국내 통화정책 변경에 대한 경계감이 더 큰 기여를 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채권시장이 우려하는 것처럼 올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까?
올해 미국 통화정책은 국내에 중립적 재료로 반영될 전망
먼저 대외 환경에서 미국의 통화정책을 살펴보면 금리 인하의 후반부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고용시장이 분명 둔화되고 있고, 물가 상승률의 수준 자체가 정책 목표보다 높기는 하지만 방향성은 내려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하가 끝났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공격적인 인하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올해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는 1~2회로 그칠 공산이다. 근시일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을 Fed 의장으로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이 차기 Fed 의장으로 지명될 경우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미국 채권금리가 내려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 색깔이 뚜렷한 의장은 연준 내부 장악력이 부족할 것으로 보여 Fed 위원들의 의견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은 채권 시장으로 하여금 보수적으로 반응하게 만들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결국 미국 채권시장 금리는 박스권에서 횡보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국내 통화정책이나 채권시장에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중립적 재료로 반영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 흐름은 상고하저 예상
다음으로 국내 여건에서 성장 부문을 살펴보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2026년 예상: 1.8~2.0%)이 작년대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기별로 나눠보면 전년동기비 성장률을 기준으로 상고하저(上高下低)의 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에는 최근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 활황 및 소비 심리 개선 등 효과로 2% 초중반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동 수치에는 작년 상반기 성장률 쇼크에 따른 기저효과(base effect)의 영향도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성장률 숫자가 반등하는 흐름에 비해 물가 반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 넘는 성장률 숫자가 기준금리 인상 명분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반기에는 기저효과가 제거되면서 국내 경제성장률은 1% 중반대로 상반기 대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률의 숫자 자체는 다소 낮아지지만, 하반기에는 아웃풋갭이 양수(+)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채권시장에 다시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할 듯싶다.
1월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유력. 향후 부동산 시장이 주요 변수
국내 인플레이션 측면을 살펴보면 올해 예상되는 한국의 물가상승률(2026년 예상: 2.0~2.1%)도 정책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1450원대의 환율이 장기화되면서 환율 불안정이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낮고 국내 수요 압력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고환율이 유발할 수 있는 물가 상승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올해 예상되는 국내 경제성장률이나 인플레이션 측면을 바라봐서는 당장 한은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춰야하는 명분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식은 이번주에 예정되어 있는 1월 금통위에서도 확인될 것으로 보여 다소 밋밋한 금융통화위원회가 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한은에게 남아있는 정책과제는 금융안정에 초점이 맞추어질 가능성이 높고, 국내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의 안정 여부에 따라 1회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저울질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한은의 통화정책 변경 경계감은 하반기에 가시화될 가능성
종합적으로 올해 한은의 전반적인 통화정책 기조는 연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가계부채나 부동산 시장 안정이 조기에 나타난다면, 국내 아웃풋갭이 아직 음(-)의 구간이라는 점에서 1회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는 저울질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1회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채권시장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경험적으로 국내 기준금리는 인하 사이클 종료 이후 평균적으로 약 12개월 내외의 동결 구간을 거쳤고, 그 이후 인상 사이클로 진행되었던 패턴을 보였는데, 이런 추세적 흐름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1회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경험적 패턴이 금번 사이클에서도 적용될 것인가의 이슈는 남아있으나, 올해 4분기 정도에는 통화정책 변경에 대한 논의가 가시화될 가능성은 열어 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시나리오 하에서는 국내 채권금리의 전반적인 궤적은 상반기 횡보(or 제한적 하락) 흐름 후 하반기에는 상승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채권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수 있겠다.
* 본 견해는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가 아닌 개인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