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이 사상 처음으로 12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노동시장의 체력을 보여주는 '구인 배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고용시장의 경고등이 동시에 켜진 셈이다. 여기에 청년 고용은 붕괴하고, 고령 고용 의존은 더 심화하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가 12일 발표한 ‘2025년 12월 고용행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구직급여(실업급여) 연간 지급액은 12조 28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제도 도입 이후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이전 최고치는 코로나19 충격이 극심했던 2021년 12조 575억원이었다.
12월 한 달 동안 지급된 실업급여는 8136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4억원(1.3%) 증가했다. 지급 인원은 52만 7000명으로 4000명 줄었지만, 1인당 지급액 확대와 장기 실직 증가가 전체 지출을 끌어올렸다.
노동시장 수급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구인 배수는 0.39까지 떨어졌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0.39개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전년 동월(0.40)보다 더 악화했다. 이 수치는 2009년 12월(0.39)과 동일한 수준이다. 당시 세계 금융위기 직후 한국 노동시장이 사실상 붕괴 단계에 있었던 시기다. 이보다 더 낮았던 때는 2008년(0.31)뿐이다. 12월 신규 구인은 16만 9000명으로 34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그러나 신규 구직자는 43만 2000명으로 더 크게 늘었다. 일자리보다 사람이 훨씬 빠르게 불어나면서 노동시장 균형이 악화했다.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전년 대비 18만 2000명 늘어난 1549만 3000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중 60세 이상 증가분이 무려 16만 4000명에 달했다. 전체 고용 증가분 대부분이 고령층에서 발생한 셈이다. 30대(+8만명), 50대(+3만8000명)는 증가세를 보였고 40대는 1만5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청년층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년 대비 8만 6000명이나 급감했다.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에 더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제조업(-1.4만 명), 정보통신업(-0.1만 명), 도소매업(-0.2만 명) 등 주요 산업의 고용 보험 가입자가 줄어들면서다.
천경기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청년층은 인구 감소와 함께 제조업, 정보통신 등 주력 업종의 부진으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60세 이상 가입자 증가가 전체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전히 (청년) 고용률 회복의 아직 신호탄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