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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해외여행 수요가 2026년에도 뚜렷한 회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무비자 정책 확산과 위안화 강세가 맞물리면서 출국 수요가 1년 새 1000만 건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과 일본 간 정치적 갈등 여파로 일본을 찾는 중국 관광객은 절반 수준으로 급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중국 여행 마케팅·테크 기업 차이나트레이딩데스크에 따르면 중국 본토 여행객의 해외 출국 횟수는 2026년 1억6500만~1억7500만 건으로 추산됐다. 지난해(약 1억5500만 건)보다 최대 2000만 건 증가한 수치다. 홍콩은 물론 유럽·아프리카 등 장거리 여행 수요도 포함된다.
올해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을 국가로는 한국, 베트남, 태국이 꼽혔다. 이들 국가는 중국과의 항공 연결성이 뛰어나고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수혜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비자 규제 완화도 출국 수요를 밀어 올리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고, 터키는 이달 중국인 대상 무비자 정책을 도입했다. 캄보디아도 6~10월 중국인 방문객에 대해 비자 면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미 수십 개 국가가 중국 여권 소지자에게 단기 무비자 체류를 허용하고 있다.
제임스 친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아시아학 교수는 “무비자 정책 확산이 중국 해외여행 시장 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인”이라며 “중국 여행사들도 점점 더 다양한 목적지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강세 역시 해외여행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위안화 가치는 최근 한 달간 달러 대비 1% 이상 상승했다. 달러 결제 비중이 큰 국가를 중심으로 중국 관광객의 체감 여행 비용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송승원 싱가포르 SDAX 경제자문은 “다른 아시아 통화들도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어 위안화의 상대적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항공 노선 확대도 출국 수요 증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상하이?부에노스아이레스, 베이징?무스카트 등 장거리 신규 노선이 잇따라 개설되면서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반면 일본을 찾는 중국 관광객 수는 급감할 전망이다. 차이나트레이딩데스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6년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은 480만~580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2025년(930만 명) 대비 거의 절반 수준이다.
중·일 갈등은 지난해 11월 일본 총리가 대만해협 유사시 일본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그 여파로 일본을 찾는 중국인 입국자는 지난해 11월 56만 명, 12월 53만 명으로 감소했다. 갈등 이전인 10월에는 71만 명을 넘었다.
차이나트레이딩데스크의 수브라마니아 바트 최고경영자(CEO)는 “지속적인 ‘일본 기피’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중국인 자유여행 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 산업 전반의 중장기 전망은 밝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는 중국의 국내·인바운드 관광을 포함한 전체 여행·관광 시장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WTTC는 중국 관광 산업이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에 3조8000억 달러를 기여하고, 2031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관광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