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기업에 다니는 김 모(42) 과장은 이번 설 연휴 사이판 여행을 앞두고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를 택했다. 처음엔 1박당 가격이 일반 호텔보다 30% 가량 비싸 망설였지만, 최근 급등한 환율과 현지 외식 물가를 따져보니 오히려 이익이라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아이 둘 데리고 매끼 식당을 찾아 헤매는 것도 일인데, 밥값 걱정 없이 호텔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며 “출발 전에 비용을 원화로 확정 짓고 나니, 현지에서 추가로 돈 쓸 일이 없어 심리적으로 편안하다”고 했다. 가성비 중시 가족 여행객에 인기김 과장처럼 여행 경비 대부분을 한 번에 결제하는 올 인클루시브 여행이 떠오르고 있다. 과거 신혼여행이나 일부 호화 여행객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세계적인 고물가와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예측 가능한 소비를 원하는 여행 수요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12일 호텔·리조트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파크의 켄싱턴호텔 사이판 투숙객은 10팀 중 8팀 비율로 객실과 식사, 액티비티가 모두 포함된 올 인클루시브 패키지를 선택했다. 성인 한 명당 아동 한 명의 식사를 무료로 제공, 가족 여행객을 타깃으로 한 전략이 주효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나 현지 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커 사전에 비용을 완불하고 떠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여행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모두투어는 오는 3월 사이판 마라톤 대회와 연계해 항공, 숙박, 식사, 마라톤 참가비까지 묶은 ‘런트립’ 상품을 최근 내놨다. 단순히 잠만 자는 숙소가 아니라 스포츠와 휴양을 결합해 방문객이 리조트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만족감을 느끼도록 상품을 설계했다. 이 여행사는 울릉도 패키지 상품을 올 인클루시브로 내놓는 등 최근 국내 여행에도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 중이다.
가성비를 넘어 시간과 편의를 미리 돈을 주고 사는 프리미엄 상품으로도 진화 중이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수고를 덜고 싶은 사람들을 겨냥했다. 시그니엘 서울이 내놓은 ‘시그니처 스위트 페스티브’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북적이는 뷔페 대신 객실로 요리를 가져다주는 ‘인룸 다이닝’ 서비스를 포함시켰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온전히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동선 자체를 줄인 것이다. 제주신화월드는 테마파크와 워터파크, 영화 관람권까지 묶은 패키지를 내놨다.
글로벌 체인들도 잇달아 참전글로벌 여행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클럽메드’ 등 특정 리조트 기업이나 멕시코 칸쿤 등 특정 지역 위주였던 올 인클루시브 상품이 메리어트, 힐튼 등 글로벌 호텔 체인 간 경쟁으로 확산 중이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최근 W 호텔 브랜드 최초로 성인 전용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인 ’W 푼타카나’를 선보였다. 하얏트 역시 ‘인클루시브 컬렉션’이란 브랜드를 통해 미주, 유럽 등지에서 관련 사업을 확장 중이다. 또 프랑스 아코르 그룹도 릭소스 등 산하 브랜드를 통해 ‘올 인클루시브 컬렉션’을 내놓고 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올 인클루시브가 더 이상 틈새시장이 아니라, 명품의 대중화처럼 여행 산업의 주류 모델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다만 우후죽순 쏟아지는 올 인클루시브 상품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밀한 의미의 올 인클루시브는 아침, 점심, 저녁 등 식사뿐 아니라 스낵과 주류, 룸서비스, 미니바까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국내 호텔, 리조트들이 내놓는 상당수 상품은 아침과 저녁 식사만 제공하는 ‘하프 보드’ 형태이거나, 액티비티 이용 횟수에 제한을 둔 ‘번들링’ 상품에 가깝다. 올 인클루시브란 이름을 달고 판매되지만, 막상 수영장 이용료를 따로 받거나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