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금 맞나" 감정 의뢰 쇄도…'가짜 리스크'에 문닫는 점포 속출

입력 2026-01-11 18:01
수정 2026-01-12 00:59

“혹시 잘라서 확인해도 괜찮을까요?”

지난 9일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에 있는 A감정원의 직원이 금붙이를 감정해달라는 손님에게 이렇게 물었다. 손님이 “안 된다”며 고개를 가로젓자 직원은 “그렇다면 감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이 감정원은 금의 진위를 확인하려는 고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예물과 선물용으로 금을 사고팔려는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이를 매입·가공하는 상인들까지 거래 전 감정은 필수 절차가 됐다.◇진위 가리기 위해 감정원 북적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가 최근 ‘가짜 금 주의보’를 공식 발령하자 종로 일대 귀금속 감정원마다 감정 의뢰가 크게 늘었다. A감정원도 방문객이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급증했다. 감정 불가로 판정하거나 감정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B감정원 관계자는 “두꺼운 팔찌나 중국산으로 의심되는 제품은 아예 받지 않고 감정을 위해 녹여서 가져오라고 안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금 감정을 의뢰할 수 있는 모바일 앱 사용도 크게 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금 감정 의뢰를 중개하는 금방금방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해 4분기 평균 4만9712명으로, 전년 동기(3만3027명) 대비 50.5% 급증했다.

가짜 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초반 금값이 치솟을 때마다 가짜 금이 국내에 밀반입돼 유통 질서를 어지럽혔다. 2009년 10월께 인천공항본부세관은 금 수입업체 A사가 수입 신고한 금괴 10㎏이 구리 합금을 입힌 가짜 금괴인 것을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달라진 것은 가짜 금에 들어가는 성분의 변화다. 구리, 은, 주석, 루테늄 등에서 더 나아가 텅스텐을 활용하는 신종 수법이 등장해 업계와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텅스텐은 밀도가 19.25g/㎤로 금(19.3g/㎤)과 거의 같다. 엑스레이나 레이저 등 비파괴 검사로는 감별이 불가능하다. 녹는점이 달라 완전히 용해됐을 때는 금에서 분리된다.

이번에 연합회 차원에서 확인한 가짜 금은 텅스텐 등 이물질이 9%가량 함유돼 금 1㎏ 기준으로 최소 2000만원 상당의 순금이 빼돌려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제조업자가 장신구를 만들기 위해 금을 녹이는 과정에서 추가 금을 넣어야 해 손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한 귀금속상가 관계자는 “요즘 혹시 모를 분쟁에 대비해 금을 언제, 누구에게서 매입했는지 상담 시간까지 일일이 기록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텅스텐 금’ 횡행…업계 “단속 강화”업계에서는 텅스텐과 루테늄 등이 주로 중국 등에서 채굴, 생산되는 만큼 가짜 금이 해외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스위스 등 유명 업체의 인증서까지 위조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종로 귀금속상가 상인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주말이나 업무 마감 시간에 급하게 금을 팔러 오거나 출처가 불분명하고 중량은 크지만 각인이 없는 상품 등은 매입을 거절한다. 종로의 한 상인은 “요즘 개인 방문자의 60% 이상이 금을 사기보다 처분하려는 고객”이라며 “고액 거래일수록 다른 손님을 받지 않고 감정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 시장이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리스크가 커지면서 매대를 줄이거나 아예 가게를 정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종로3가역 인근과 단성사 건물 1층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자리에도 빈 점포가 늘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금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각종 장신구 판매는 줄어드는데 가짜 금 등 리스크는 커지는 탓에 상인들이 갈수록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가짜 금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전체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찰을 비롯한 관계당국이 강력한 단속으로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리/김유진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