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최종 결정이 이르면 오는 14일 나온다. 백악관은 패소해도 상호관세를 대신할 다른 수단이 많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무효라고 판정해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상호관세 판결 이르면 14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상호관세 관련 판결을 지난 9일 내리지 않았다. 당초 대법원이 이날 ‘주요 사건’의 결정을 발표할 수 있다고 예고해 시장은 물론 백악관에서도 상호관세와 관련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날 나온 판결은 관세와는 무관한 사안이었다. 어떤 사건에 대해 판결할지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게 미 대법원의 관례다.
대법원은 이후 14일 주요 사건의 결정을 발표할 수 있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날 관세 사건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 백악관 관계자를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관세 소송 패소 시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임박한 대법원 판결에 대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의회 동의 없는 관세’ 쟁점대법원 판결을 가를 핵심 쟁점은 ‘미국의 무역 적자가 국가 비상사태이며 이에 따라 각국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처럼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의회 동의 없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재임 중인 12개 주와 중소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해 1·2심 선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활용해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한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연방대법원은 6 대 3의 보수 우위 구도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5일 관세 소송의 첫 구두변론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 일부가 광범위한 관세 정책이 의회 권한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적법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판결 따라 세계 경제 요동칠 수도대법원 판결에 따라 세계 경제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크게 달라진다. 만약 대법원이 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무효라고 판단하면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각국과 맺은 관세 협상도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한국만 해도 상호관세 인하(25%→15%) 등을 위해 미국에 3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과 유럽연합(EU)도 각각 5500억달러, 60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관세 환급 문제도 이슈가 된다. 로이터 추산에 따르면 미국 정부 패소 시 기업이 돌려받을 수 있는 관세 환급액은 1500억달러에 이른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재무부 보유 현금이 7740억달러”라며 관세 자금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관세 도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에서 패소하더라도 상호관세를 대체할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9일 CNBC에 출연해 “대법원이 (행정부에) 불리한 판결을 할 경우를 가정해 어젯밤 모든 핵심 인사가 참여한 대규모 회의를 열고 다음 단계가 무엇이 될지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다른 나라들과 체결한 합의를 재현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권한이 존재하며, 이는 사실상 즉각적으로 실행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은 현재 상호관세와 별개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자동차, 철강·알루미늄에 품목관세를 매기고 있는데 이를 다른 품목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사용될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오히려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이 상호관세가 유효하다고 판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탄력받을 전망이다. 다만 한국 등 각국이 맺은 기존 관세 협상 결과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협상은 상당 부분 상호관세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