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늘 다시 이 자리에 선 이유는 단 하나,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블루원을 대한민국 최고 ‘명문 골프장’으로 완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올해 93세인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레저 부문 계열사인 블루원 경영 전면에 나선다. 윤 회장은 지난 9일 블루원 대표로 취임하며 ‘신경영’을 선포했다. 블루원 용인CC(경기)와 블루원 상주CC(경북)를 운영하는 블루원은 윤세영·김봉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윤 회장은 국내 골프산업 대중화를 이끌어온 산증인이다.
그는 이날 용인CC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1989년 이 땅을 처음 밟으며 부지 매입부터 설계, 시공까지 직접 일군 기억이 생생하다”며 새로운 도약에 의지를 내비쳤다. 윤 회장은 그룹 레저산업의 중장기 성장과 미래 가치 제고에 집중하고, 김 대표는 사업장 운영 및 서비스 품질 관리에 주력할 예정이다. 골프업계 침체 속에서도 블루원은 지난해 최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실적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화산의 수려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상주CC는 ‘아시아 100대 코스’ ‘대한민국 10대 골프장’ 등의 영예를 안았을 정도로 코스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용인CC는 지난달 세종~포천고속도로 남용인 IC(나들목)가 개통한 데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서울 강동IC에서 30분대에 이동할 수 있어 수도권 핵심 수요층의 이용 편의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용인CC는 ‘태영배 한국여자오픈’ ‘SBS 최강골프대회’ 등 국내외 주요 경기가 열린 곳이다.
윤 회장은 교통·인프라 호재에 대해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가 왔다”면서도 “외형적인 변화만으론 명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객은 왕’이라는 마음으로 고객 중심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윤 회장은 스마트 혁신에도 나선다. 블루원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예약·요금 관리와 운영 효율화,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강화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90대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윤 회장은 태영건설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2023년 12월 경영 복귀를 선언한 뒤 2024년 3월 TY홀딩스 이사회 의장에 오르며 그룹 전반의 업무를 살펴보고 있다. 윤 회장은 2017년 SBS 회장에서 물러난 지 9년 만에 계열사 대표를 맡게 됐다. 윤 회장의 ‘골프 사랑’이 이런 결정의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회장은 태영배 한국여자오픈, SBS 프로골프 최강전, 미국프로골프(PGA)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프레지던츠컵 등 국내외 대회를 개최·유치하며 골프 선수가 안정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 왔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는 대한골프협회장을 지내며 골프 꿈나무 육성과 선수 저변 확대에 힘썼다. 1999년엔 국내 최초 골프 전문 채널인 ‘SBS 골프’를 선보였다. 윤 회장의 노력이 ‘K골프’ 세계화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를 맞으며 ‘알짜 자회사’로 통하던 폐기물 처리기업 에코비트를 비롯해 태영인더스트리 등을 매각했다. 블루원도 경주 사업장(디아너스CC, 블루원리조트 등)은 팔았지만, 용인CC와 상주CC는 남겼다. 골프산업에 대한 윤 회장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 회장은 홀인원 경험도 5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