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만명 전국 동시다발 쿠팡 개인정보 손배소…세종 '방어 총력전'

입력 2026-01-11 16:44
수정 2026-01-12 00:39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을 상대로 한 공동 손해배상 소송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소송 참여자만 64만 명에 이르고, 이들이 요구하는 배상액 총합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앞으로 수년간 피해자를 대리하는 중소형 로펌들과 쿠팡이 선임한 대형 로펌이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손해 배상의 범위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청구액 10만~100만원 천차만별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사태 발생 후 약 두 달간 각 법무법인(또는 법률사무소)이 모집한 공동소송 참여 원고만 64만 명에 달한다. 로펌마다 1인당 청구액은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개인정보보호법 39조의 2는 개인정보 처리자(기업)의 고의 또는 과실로 정보가 유출되면 최대 300만원까지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 수에 청구액을 곱해 단순 계산한 총소송 가액은 약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쿠팡이 전체 피해자 3370만 명 대상 1인당 5만원(상품권)씩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내놨지만 “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소송에 뛰어드는 피해자들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다수 로펌이 1차 소장 접수에 이어 2차, 3차 소장 접수를 예정하고 있어 소송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피해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수임료와 성공보수 비율이다. 소송에 드는 물리적, 시간적 부담을 우려해 ‘0원 소송’을 내건 로펌 선호가 두드러진다. 착수금을 전혀 받지 않는 법무법인 일로가 가장 많은 35만 명의 원고를 모았다.

법률 서비스 접근성이 비교적 낮은 지방에서는 해당 지역 거점 로펌들이 나섰다. 제주도민 2300여 명을 대리하고 있는 법률사무소 사활의 차혁 대표변호사는 “섬 지역은 쿠팡을 포함한 온라인커머스 의존도가 육지보다 높다”며 “소비자 권리 구제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방어 나선 세종…집단소송제 변수쿠팡은 매출 기준 국내 4위 로펌인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해 방어에 나섰다. 세종 방송정보통신(ICT) 그룹 산하 정보보안팀이 전면에 배치됐다. 이 팀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 출신 변호사가 대거 포진해 있다. 장준영 세종 파트너변호사(사법연수원 35기)는 2022~2023년 쿠팡에서 정보보호법무책임자 및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를 지낸 인물이다.

법정 공방의 핵심 쟁점은 개인정보보호법 29조가 규정하는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다. 이 조항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기업은 개인정보가 분실·도난·유출·위조·변조·훼손되지 않도록 내부 관리 계획 수립, 접속 기록 보관 등 기술적·관리적·물리적 조치를 해야 한다.

관건은 쿠팡이 고객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직원을 적절하게 관리·감독했느냐다. 정재권 화음 변호사는 “회사가 법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다 했지만 직원의 예상 밖 행동으로 핵심 기술이 유출된 사건과는 다르다”며 “피의자로 지목된 중국인 직원이 퇴사 후에도 6개월간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쿠팡의 관리 책임 소홀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배상액 3조원대로 늘어날 수도이번 소송의 1심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사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잇달아 발의한 집단소송제도 확대 법안이 통과되면 쿠팡의 배상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2005년부터 시행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에 따라 증권 분야에서만 집단소송이 가능하다. 집단소송은 판결 효력이 원고뿐 아니라 (별도 제외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 전체에 미친다. 반면 쿠팡 사태와 같은 공동소송은 소송 참여자에게만 판결 효력이 적용된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고 1인당 최저 청구액 10만원만 적용해도 배상액은 3조3700억원으로 급증한다. 임현 동인 변호사는 “미국식 집단소송제도를 그대로 들여오기보다 기업 부담과 한국 정서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서우/정희원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