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닉 대박 터지자 '분위기 돌변'…정부에 무슨 일이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입력 2026-01-12 06:00
수정 2026-01-13 11:12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잘하면 2% 성장도 가능하죠.”

정부와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수출과 소비가 살아나고 있어 올해 2%대 성장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우려도 내놓는다. 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1990년대 이후 개방화·IT화로 성장 편중이 심화돼 대기업과 IT 중심의 K자형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며 “이 같은 불균형이 전체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의 일환으로 정부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준조세를 걷어 중소기업에 환류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상생협력기금을 확대하고 전략수출기금까지 신설하면서다. 두 기금 모두 ‘상생’과 ‘전략산업 육성’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대기업을 겨냥해 돈을 걷는 '그림자 조세'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재정경제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상생협력기금 출연금을 오는 2026~2030년 연평균 3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최근 10년 평균(2500억원)보다 5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상생협력기금은 대·중견기업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출연해 조성하는 기금이다. 이 기금은 대·중소기업의 기술협력 촉진, 인력교류 확대, 임금격차 완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한다. 출연금의 10%를 세액공제해주고 동반성장지수 산출 때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정부는 출연금이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구체적 목표액을 제시한 만큼 사실상 압박성 출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상생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2010년부터 1조4000억원 규모 상생펀드를, 현대자동차그룹은 2조3708억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SK·LG도 상황은 비슷하다. 상생협력기금의 존치·중복 논란이 커지는 배경이다.

여기에 정부는 올 상반기 전략수출기금을 신설하고, 기금 재원 일부를 정책 수출금융 수혜기업의 출연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방산·원전·플랜트 등 국가 간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다. 앞으로 해외 프로젝트 수주 과정에서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정책금융을 활용한 기업은 일정 이익을 기금에 환류해야 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위험은 정책금융기관이 지고 이익은 수출하는 기업들이 가져간다"며 수출금융 수혜기업의 '무임승자' 문제를 지적했다. 예컨대 폴란드 방산 수출 때처럼 수출금융기관이 구매국에 초장기·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방산·원전 프로젝트는 보증·금융비용·인건비 등 10~30년짜리 초장기 리스크가 누적되는 사업이다. 정책금융이 제공돼도 기업 부담은 상당하다. 기금 출연 부담이 커지면 기업들이 정책금융 활용 자체를 꺼릴 수 있고, 결국 해외 수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략산업 육성이라는 정책금융의 본래 취지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도 자국 전략산업을 위해 대규모 수출금융을 지원하지만 기업에 출연금을 요구하는 사례는 없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