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의 복합리조트 인스파이어가 개장 2년 만에 매출을 두 배로 불리며 국내 리조트업계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아레나(공연장)로 대규모 인파를 모으고 카지노로 매출을 올리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1조원 넘는 빚을 고금리로 끌어다 쓴 탓에 올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면 회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레나 모객 효과 톡톡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인스파이어의 지난해(2024년 10월~2025년 9월) 매출은 4159억원으로 전년(2190억원) 대비 90% 급증했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영업적자는 1563억원에서 461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당기순손실도 2654억원에서 1548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덜어냈다.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은 16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경쟁사와 비교해 보면 매출 성장세는 더 두드러진다. 업계 1위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0% 안팎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 가장 폭발적 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평가받는 제주 드림타워 운영사 롯데관광개발 또한 지난해 매출이 30~40%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스파이어의 성장 폭과 견주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스파이어의 질주를 주도한 것은 단연 카지노 사업이다. 매출이 26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폭증했다. 호텔(562억원), 식음료(517억원), 엔터테인먼트(321억원) 등 비카지노 부문도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카지노 객장에만 의존하는 기존 복합리조트와 달리 인스파이어는 아레나와 호텔, 식음업장이 유기적으로 매출을 받쳐주는 게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인스파이어에는 다른 리조트에 없는 1만5000석 규모의 초대형 아레나가 있다. K팝 공연뿐 아니라 각종 시상식, e스포츠 대회 등을 유치하며 카지노 목적이 아닌 일반 방문객을 대거 끌어들였다. 이 덕분에 2023년 12월 개장 이후 작년 9월까지 누적 방문객이 880만 명을 넘어섰다. ◇재무구조는 여전히 불안인스파이어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불안한 재무구조는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개발 단계에서 대규모 자금을 차입한 미국 모히건엔터테인먼트그룹(MTGA)은 대출 일부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해 작년 초 지분과 경영권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에 넘겨야 했다. 베인캐피탈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작년 12월 1조27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재융자)을 단행했다. 기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담보 대출로 바꾼 것이다.
이 대출의 최고 금리는 연 11.25%에 이른다. 지난해 이자 비용으로만 1200억원 넘게 쓴 인스파이어는 올해도 영업으로 번 돈의 대부분을 이자 비용으로 써야 하는 처지다. 지속된 적자로 자본이 줄어 부채비율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817.6%까지 치솟은 점도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정부 업무보고에서 “이익이 많이 남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권을 왜 민간, 특정 개인(기업)에 줬느냐”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카지노 사업권을 ‘특혜’로 규정할 경우 향후 라이선스 갱신이나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