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쿵후 로봇 쓸모 없어" CES 2026 흔든 말말말…'일하는' 로봇 시대 개막

입력 2026-01-11 16:17
수정 2026-01-11 16:18


‘젠슨 황 리딩방’이 올해도 뜨거웠다. 지난해 “양자컴퓨팅 상용화까지 20년은 더 걸린다”는 말로 양자컴퓨팅 주가를 우수수 떨어뜨리더니 올해는 “스토리지(저장장치)가 앞으로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것”이라며 저장장치 관련 종목 주가를 하루 만에 28% 가까이 끌어 올렸다.

이는 모두 그가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에 참여해 던진 말이다. CES는 기술 트렌드를 읽고 미래 기술의 상용화 단계를 가늠하기에 가장 좋은 무대다. 이 무대에서 엔비디아는 지난해 피지컬 AI 시대를 열었고 현대차그룹은 로봇 기업으로의 전환을 알렸다.

CES는 단순히 기술만 시연하는 자리가 아니다. 기업 CEO들이 기업의 청사진을 전 세계에 직접 설명하고 CEO 간 교류를 통해 협업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다. CES를 빛낸 CEO의 말 한마디를 통해 기업의 방향과 핵심 기술의 역할을 읽을 수 있다.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컬래버 하시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재계 총수 중 유일하게 이번 CES를 찾았다. 그는 삼성 부스를 방문해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에게 ‘기습 협업’을 제안하며 화제를 모았다.

정 회장이 탐낸 제품은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였다. 그는 1월 6일(현지 시간) 노 대표와 함께 삼성전자 부스가 차려진 윈 호텔에서 2026년형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가 10kg짜리 아령을 흡입력만으로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즉석에서 노 대표에게 협업 제안을 했다.

그는 “(현대차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와 결합하면 뒤집어지지도 않고 어디든 갈 수 있고 높낮이도 조절되고 더 흡입이 잘될 것”이라며 “저희와 함께 컬래버(협업) 해보시죠”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웃으며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올해 전기차나 자율주행차가 아닌 로보틱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모베드는 현대차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이다.

납작한 직육면체 모양의 몸체에 독립적인 기능을 하는 바퀴가 4개 달렸다. 바퀴 4개가 개별적으로 동력과 조향을 제어할 수 있어 360도 제자리 선회는 물론 불규칙한 노면과 경사로까지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모베드는 배송·물류·촬영 등 다양한 모듈과 결합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 정 회장은 청소 관련 모듈을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보스턴다이내믹스
“(중국) 로봇이 쿵후? 경제적 효용 없어”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 로보틱스 시대 개막을 알렸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로봇 중 가장 많은 관심이 쏟아진 건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라스’다. 사람처럼 걷고 손가락 세 개를 움직일 수 있는 아틀라스는 2028년 현대차 제조 공장에 투입된다.

‘말하는 로봇’이 아니라 ‘일하는 로봇’의 쓰임을 증명한 것이다. 최대 50kg의 짐을 들고 손을 뻗으면 2.3m 높이까지 도달하는 아틀라스는 대부분의 관절이 완전히 회전할 수 있고 사람과 유사한 크기의 손에 촉각 센서를 탑재했다.

또 360도 카메라를 통해 모든 방향을 인식할 수 있다. 내구성이 뛰어나 섭씨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 환경에서도 완전한 성능을 발휘하고 방수 기능을 갖춰 세척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작업은 하루 이내에 학습하는 능력을 갖췄다.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해 배터리를 교체하고 즉시 작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틀라스를 개발한 현대차그룹의 로봇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구글의 인공지능 조직 딥마인드와 손잡았다. 운동능력을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에 지능을 보유한 딥마인드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결합해 로봇이 인지·추론하고 인간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수많은 로봇 업체를 보유한 중국에 비해 글로벌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틀라스의 개발을 주도하는 잭 재코우스키 총괄은 “현장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걸어 다니거나 쿵후만 선보이면 경제적 효용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로봇임을 강조했다.

아틀라스는 2년 뒤 현대차 미국 공장에 투입돼 근로자들과 함께 차를 만들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격차 유지를 위해 더 노력할 것이고 실제로 가치를 줄 수 있고 도움 되는 업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국 업체 등과)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류재철 LG전자 CEO
“집안일 해방…가사 로봇, 내년 실험실 밖으로”
LG전자도 이번 CES에서는 가전보다 로봇으로 주목받았다. LG전자는 머리와 팔, 다섯 손가락을 가진 가정용 휴머노이드 ‘클로이드’를 공개했다. 클로이드는 섬세한 손을 사용해 간단한 요리, 빨래 개기와 같은 가사 노동을 척척 수행했다.

CES로 글로벌 데뷔전을 치른 류재철 LG전자 CEO는 “AI로 가사노동 해방을 실행해 가정 생활의 새 기준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클로이드를 내년 상용화하기 위해 실증 단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류 CEO는 “클로이드가 내년에 실험실에서 나와 현장으로 들어간다”며 “실증을 계획대로 진행 중인데 그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출시 시기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젠슨 황 “1분기 엔비디아 칩 단 자율주행차 나온다”

젠슨 황은 지난해 CES에서 “로봇의 챗GPT 순간이 오고 있다”며 ‘피지컬 AI’를 테크 업계의 핵심 트렌드로 띄웠다. 그리고 1년 뒤인 이번 CES에서 AI 칩부터 로봇, 자동차에 장착할 수 있는 AI 모델과 플랫폼 서비스까지 선보이며 피지컬 AI 시대 전략을 내놨다.

엔비디아는 먼저 자율주행 차량용 AI 모델 ‘알파마요’를 선보였다. 이는 자율주행차가 인간처럼 상황을 ‘추론’하고 ‘설명’할 수 있게 만드는 개방형 모델로 사람 개입 없이 주행할 수 있는 ‘레벨 4’ 자율주행 차량용이다.

그동안 자율주행차는 미리 만든 정밀한 지도를 학습한 뒤 이를 외워서 운전했다. 낯선 상황이나 정전으로 신호등이 고장 난 갑작스러운 변화에 바로 대처하기 어려웠다.

알파마요는 단순히 센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상황을 단계별로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가장 안전한 경로를 판단하도록 한다. 이 때문에 갑자기 변화하는 환경에도 곧바로 사람처럼 추론해 대응이 가능하다.

엔비디아는 벤츠와 협력해 향후 벤츠의 자율주행차에 엔비디아의 칩셋과 알파마요를 탑재할 계획이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이 차량은 올해 1분기 미국에서 주행을 시작하고, 2분기 유럽, 하반기 아시아로 확대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도 이날 공개했다. 이는 2024년 공개한 블랙웰 뒤를 이은 최신 모델로 블랙웰보다 AI 추론에서 5배, 학습에서 3.5배 성능을 보인다고 엔비디아는 설명했다. 한편 젠슨 황은 “단 1년도 뒤처지지 않고 해마다 컴퓨팅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라며 루빈 성능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리사 수 AMD CEO “‘괴물’ 만들었다”
젠슨 황이 베라루빈을 공개한 날 엔비디아 대항마로 불리는 AMD도 ‘괴물 칩’으로 맞불을 놨다. 리사 수 AMD CEO는 1월 5일 CES 2026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조연설에서 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인 ‘인스팅트 MI455X’를 공개했다.

리사 수는 “우리는 ‘요타 컴퓨팅’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AMD의 제품들은 요타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타’는 10의 24제곱 단위로 인간 두뇌와 유사하거나 그 이상으로 추정되는 천문학적인 연산 성능을 의미한다. 리사 수는 “향후 몇 년 안에 전 세계 컴퓨팅 용량을 100배 더 늘려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리사 수가 공개한 MI455X는 그래픽 컴퓨팅 다이(GCD) 2개, 메모리 컨트롤러 다이(MCD) 2개, HBM4 16개로 구성된 AI 가속기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 루빈 GPU보다 메모리 용량이 더 크다. 리사 수는 “세계 최고의 AI 랙인 이 제품은 단순한 서버 랙이 아닌 ‘괴물’”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