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증시 업그레이드 길잡이, 2025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누구? [2025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입력 2026-01-14 11:20
수정 2026-01-14 11:21
[커버스토리 : 2025 하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2025년 하반기 ‘불장’에서 투자자들의 나침반이 되어준 최고의 승부사들이 가려졌다. 국내 1524명의 펀드매니저가 참여한 이번 조사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영원한 강자는 없었다. ‘준비된 2등의 반란’은 매서웠다. 턱밑까지 추격해온 도전자들은 기존의 관성을 깨트리며 판을 뒤흔들었다.

승부를 가른 건 투자자들에게 명쾌한 투자 근거를 제시한 이들의 전략이었다. 치열했던 격전의 결과 2025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주인공이 결정됐다. 5명의 베테랑이 왕좌를 탈환했고, 8명의 신성이 최초의 영예를 안았다. 2명은 2개 부문을 석권하는 2관왕의 위업을 달성했으며 21명의 절대강자는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이번 설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처음 이름을 올린 애널리스트는 총 8명.

가장 눈에 띄는 격전지는 단연 IT 섹터였다. 메리츠증권의 약진이 매서웠다. 메리츠증권은 김선우(반도체)와 양승수(전기전자·스마트폰) 애널리스트를 동시에 1위로 배출하며 기술주 리서치의 새로운 명가로 등극했다. 시장의 주도주가 AI와 하드웨어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시각과 차별화된 깊이 있는 분석이 펀드매니저들의 표심을 사로잡은 결과다.

특히 투자자 사이에서 ‘AI 사이클의 전도사’로 통하는 김선우 애널리스트는 2024년 말 시장에 ‘피크아웃(고점 통과)’ 공포가 엄습할 때 오히려 “2026년 초호황”을 예견하며 비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금은 반도체 업계에서 으레 쓰이는 ‘선주문 후생산’, ‘수요곡선의 계단식 변화’ 등의 단어도 그와 메리츠가 만든 용어다.

전통 산업과 글로벌 전략 부문에서도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삼성증권 백재승(철강·금속), 키움증권 박상준(음식료·담배) 애널리스트는 철저한 데이터 기반의 분석으로 기존 강자들을 제치고 왕좌에 올랐다. 박상준 애널리스트는 잘나가던 삼양식품 주가가 조정을 받자 “두려움이 곧 기회”라며 역발상 투자를 제안했다. 철저한 ‘수출 데이터’와 ‘계절성 분석’이 근거였다. 광군제와 연말 소비 시즌으로 이어지는 3분기 말 시점을 포착해 주가 저점을 잡고 비중 확대를 주문한 ‘데이터 투자가’ 면모가 빛났다.

미국 주식 열풍을 반영하듯 KB증권 김일혁(글로벌 투자전략-미국·선진국) 애널리스트가 첫 1위의 영예를 안았고, NH투자증권 파이어니어팀(스몰캡)은 중소형주 발굴의 탁월함을 인정받았다.

서학개미들의 이정표가 된 김일혁 애널리스트의 1위 등극은 ‘성실함’과 ‘혜안’의 승리다. 2019년 9월부터 휴가와 출장을 제외하고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발간해 온 데일리 리포트 ‘Global Insights’는 시장의 두터운 신뢰를 쌓는 기반이 됐다. 특히 지난 7월 발간한 ‘온체인 금융시장의 주도권’ 보고서는 로빈후드를 통해 금융시장의 미래를 꿰뚫어 보며, 올해 시장을 전망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퍼즐 조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백준기 팀장이 이끄는 NH투자증권 파이어니어팀의 무기는 철저한 ‘현장 검증’이다. 이들은 경영진의 단순한 가이던스보다 그 말이 실제 자원 배분과 실행으로 이어지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지난해 5월 ‘NH C포럼’에서 감성코퍼레이션 경영진의 해외 전략과 실행 의지를 확인하고 중장기 추천을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백 팀장은 “연초부터 공모주 투자 전략을 강화해 니치 마켓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며 “이 영광은 발로 뛴 팀원 모두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개의 왕관
하나의 분야에서도 1등을 하기 힘든 치열한 경쟁 속에서 2개 부문을 석권하며 압도적인 역량을 과시한 ‘2관왕’도 탄생했다. 다올투자증권 최광식 애널리스트는 ‘중후장대’ 산업의 지휘관으로 등극했다. 그는 본업인 조선·중공업 부문에서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로 주목받은 방산·우주·기계 부문까지 석권하며(최초 수상) 제조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통찰력을 증명했다. 특히 2020년 9월 애널리스트 최초로 리포트 제목에 ‘K-방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수출 산업화의 서막을 알렸던 그다. 특히 러우전쟁 종식 가능성으로 방산주가 흔들리던 지난해 10월 “전쟁이 끝나도 쇼핑은 계속된다”는 도발적이면서도 명쾌한 리포트로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다. 그는 “K-방산은 이제 막 수출 성장의 초입에 진입했을 뿐”이라며 긴 호흡의 투자를 강조했다.

신한투자증권 하건형 애널리스트는 거시경제의 흐름을 읽는 탁월한 눈으로 거시경제·금리 부문과 자산배분(최초 수상) 부문을 동시에 석권했다. 그가 시장에 던진 화두는 ‘파레토 경제(Pareto Economy)’였다. 그는 전통적인 경제 이론의 틀을 깨고 “지금은 마이크로(개별 기업·기술)가 매크로(거시경제)를 결정하는 시대”라고 과감히 규정했다. 실물 경기의 부진 지표와 별개로 금융시장이 랠리를 이어가는 기이한 현상을 소수의 혁신 기업이 성장을 주도하는 ‘양극화 장세’의 구조적 변화로 명쾌하게 풀어낸 것이다. 왕의 귀환
절치부심 끝에 1위 자리를 탈환한 5명의 베테랑들은 ‘구관이 명관’임을 입증했다.

중국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하나증권 김경환(글로벌 투자전략-중국·신흥국) 애널리스트는 냉철한 분석으로 다시 왕좌에 복귀했다.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던 유통·소비재 섹터에서는 NH투자증권 주영훈(유통)과 메리츠증권 박종대(생활소비재·교육) 애널리스트가 위기 속 기회를 찾아내며 화려하게 귀환했다.

특히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이번 평가에서 가장 주목 받은 인물. 그는 2012년부터 10년 넘게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다 2022년 돌연 여의도를 떠났다. 그가 향한 곳은 농업회사법인 (주)우리밀의 대표이사 자리였다. 2년간 기업 경영의 최전선에서 ‘진짜 비즈니스’를 경험하고 2024년 메리츠증권으로 돌아온 그는 1년 만에 다시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의 귀환이 남달랐던 이유는 ‘깊이’와 ‘현장성’에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매달 한 번꼴로 70페이지 내외의 인뎁스(In-depth) 리포트를 썼다. 아마 나보다 많이 쓴 애널리스트는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대표 리포트인 ‘2024년 여름 데자뷰 극복하기’ 역시 7월부터 꺾이기 시작한 화장품 업종의 주가 흐름을 밸류체인별로 정교하게 분석하며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인 ‘옥석 가리기’ 기준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극에 달했던 한 해였던 만큼 시장은 경험 풍부한 베테랑을 다시 찾았다. 메리츠증권 윤여삼(채권) 애널리스트는 금리인하 기대감과 국채 금리 급등락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코멘트로 신뢰를 회복하며 1위를 탈환했다. 엔터 업계의 격변기 속에서 신한투자증권 지인해(엔터·레저·미디어) 애널리스트 역시 복귀한 첫해에 특유의 산업 장악력을 바탕으로 다시 정상에 섰다. 미국 자본만으로 제작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을 보며 “한국 기업 없는 K콘텐츠의 등장은 경각심을 주지만 역설적으로 ‘K’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짚어내며 K컬처가 견인하는 인바운드 소비와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설파했다.절대 강자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서도 21명의 애널리스트는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켰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 돋보인 것은 하나증권의 ‘방어력’이었다. 하나증권은 총 6명의 1위 수성자를 배출하며 리서치 명가의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렸던 2차전지 섹터의 김현수 애널리스트는 업황 둔화 우려 속에서도 옥석 가리기에 성공하며 1위를 지켰고, 통신의 김홍식, 정유·화학의 윤재성 애널리스트 역시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한 통찰력으로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렸다. 은행·신용카드의 최정욱 애널리스트를 포함해 신용분석(김상만), ETF(박승진) 등 패시브와 크레딧 영역까지 장악하며 하나증권 리서치의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최정욱 애널리스트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단기 순환매로만 치부하기는 어려운 이유 있는 주가 상승’ 리포트는 그의 ‘촉’이 빛난 순간이었다. 그는 주가 반등을 단순한 순환매로 깎아내리는 시각에 대해 “악재는 해소되었고 밸류업은 빨라진다”는 명확한 논리로 맞섰다. 이슈가 터질 때마다 빠른 분석과 투자 의견, 주가 변곡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오랜 ‘경험’은 그의 강점으로 통한다.

KB증권은 시장의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 파트에서 강세를 보였다. 투자전략의 이은택 애널리스트와 데일리시황의 하인환 애널리스트는 변동성 장세 속에서도 정확한 시황 판단과 대응 전략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재확인했다. 해외 주식 투자 열풍 속에 글로벌 기업분석의 김세환 애널리스트 역시 1위를 수성했고, 부동산 PF 이슈가 여전히 남은 건설·건자재 섹터에서도 장문준 연구원이 중심을 잡았다.

각 산업을 대표하는 간판 애널리스트들의 독주 체제도 여전했다. 현대차증권 장문수(자동차·타이어)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간 경쟁우위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한국 자동차 업체의 할인 축소 기대 논리를 설파하며 굳건히 자리를 지켰고, 한국투자증권 최고운(운송) 애널리스트는 해상 운임 변동에 따른 기민한 분석으로 호평받았다.

이 외에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의 부활과 원자재 슈퍼사이클을 정확히 짚어낸 NH투자증권 황병진(원자재·디지털자산), 전력기기 호황을 이끈 메리츠증권 문경원(유틸리티),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DS투자증권 김수현(지주회사) 애널리스트 등이 2025년 하반기에도 변함없이 투자자들의 ‘최우선 선택’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총 13개 증권사에서 배출됐다. 각 부문별로 하나증권(7개), 신한투자증권(6개), 메리츠증권·KB증권(5개), NH투자증권(3개), 다올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2개), DS투자증권·삼성증권·유진투자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현대차증권(1개) 등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