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9일 15: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홈플러스 채권자협의회가 지난달 홈플러스가 제출한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에 대해 "수행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법원에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중심이 된 채권자협의회가 일부 사업부 분리매각에 반발하며 회생계획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그간 꾸준히 제기됐으나 여론 압박에 이와는 거리를 둔 모양새다.
다만 DIP(회생절차상 신규 자금조달) 대출의 구체적인 조달여건과 익스프레스 사업 분리매각이 회생계획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들여보고 그 결과를 회생계획안에 반영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홈플러스는 3000억원 규모 DIP 자금조달을 위해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가 선제적으로 1000억원씩 부담하면 산업은행이 나머지 1000억원을 책임지는 방안을 제안했다. DIP 자금 조달방안 논의가 본격 테이블에 오르면서 메리츠의 선택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메리츠, 회생법원에 수정명령권 행사 요청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채권자협의회는 지난 6일 자문사를 통해 서울회생법원 담당 재판부에 회생계획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홈플러스 채권자협의회는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롯데카드, 국민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표 채권자는 메리츠증권이다. 사실상 메리츠금융그룹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반영되는 구조다.
협의회는 의견서에서 "회생계획안의 수행가능성,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 준수 여부, 공정·형평의 원칙 준수 여부 등에 대해 재판부에서 신중히 검토해달라"며 재판부에 수정명령권 행사를 요청했다. 회생계획안에 반대하기보다 채권자의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일부 내용 추가를 요청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채권자협의회는 검토가 필요한 사항으로 △3000억원 규모 DIP 대출의 금리, 담보제공 여부 등 조달 여건 △점포 매각 관련 선순위담보신탁채권자(메리츠)의 동의 △익스프레스 사업부 분리매각이 전체 회생계획에 미치는 영향 등을 꼽았다. 협의회는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사회적 이목을 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채권자와 납풉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면밀한 심사 없이 의결절차에 부쳐질 경우 채권자들은 상당한 부담감을 가져야 한다"며 "여러 측면의 검토로 (회생계획안의) 수행가능성이 판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자협의회는 이번 회생계획안이 변제계획 수립 시기를 '3년 뒤'로 예정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폈다. 홈플러스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통상의 회생계획안과 달리 변제 계획이 빠져있다. DIP 대출과 점포·사업부 매각 등으로 충분한 운전자금을 확보하고 구조조정을 거친 다음 3년 뒤 '인가 후 인수합병(M&A)'으로 들어오는 인수대금으로 변제 조건을 확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협의회는 이와 관련해 "만약 3년 후 M&A가 추진되는 경우 그 매각 방법·가액에 따라 현재 산정된 청산가치(3조7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변제를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 홈플러스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 총액은 청산가치보다 적은 2조6000억원이어서 전액 변제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3년 뒤 M&A 추진 시점에 청산가치를 재산정하면 현재 규모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 채권자들이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홈플러스, 메리츠·산은에 DIP 자금조달 공동부담 제안홈플러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3000억원 DIP 대출의 구체적인 자금 확보 방안을 공개했다. 대주주인 MBK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의 참여를 전제로 산업은행 등 국책기관이 대출을 통해 긴급운영자금 지원에 일부 참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MBK와 메리츠가 각각 1000억원을 지원하면 산은이 나머지 1000억원 대출에 참여하는 방안이다. MBK는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비공개 면담 이후 M&A 성사 조건으로 홈플러스 인수자에 관리·성과보수로 얻게 될 장래 수익 2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 중 1000억원을 M&A 성사 여부와 관계 없이 이번 DIP 대출금으로 내놓겠다는 게 홈플러스·MBK의 제안이다. 다만 당장 1000억원의 현금은 없기 때문에 MBK가 지급보증을 서고 메리츠를 비롯한 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DIP 대출에 대한 담보는 홈플러스 자가점포 60여곳에 대한 3순위 수익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해당 점포들은 담보신탁 형태로 설정돼 있으며 1순위 수익권은 메리츠가, 2순위 수익권은 하나증권이 갖고 있다. 다만 MBK와 홈플러스는 "DIP 대출 구조에 대해선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대 2000억원을 홈플러스에 추가 대출해줘야 할 수도 있는 메리츠는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오는 13일로 예정된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지켜본 뒤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