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조지 베일런트 지음│프런티어│2만4000원 이 책이 요즘 왜 다시 주목받을까? 하버드대 의대 정신과 교수였던 조지 베일런트의 ‘행복의 조건’ 이야기다. 출간한 지 10년도 더 넘은 책이 지금 세간에 회자되는 이유는 개그맨 김영철과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박사가 각자 유튜브 영상에서 행복을 이야기하던 쇼츠 영상이 여기저기 공유되면서부터다. 함 박사가 ‘행복의 조건’을 주제로 이야기한 영상은 2년도 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이제 와서 유튜브와 릴스로 퍼날라지는 배경에는 최근의 국제정세와 AI의 일자리 대체 같은 불안 정서가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짐작이 따른다.
‘행복의 조건’ 초판은 2010년도에 나왔다. 그사이 재쇄를 반복해 100쇄가 목전이고 책 출간 이후 행복학과 긍정심리학 분야 유사 도서가 줄줄이 쏟아져 나왔으니 행복학 트렌드를 만든 시초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부와 명예가 ‘행복’의 기준이라는 사회적 통념은 이 책 이후로 달라졌다. 왜 사회적 프레임에 자신의 행복을 담보 잡히고 살았는지 되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행복은 무엇에 기인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출난 재능도, 막대한 부도 아닌 적당히 건강한 몸과 친밀도 높은 사회적 관계, 그리고 성장 과정에 맞게 잘 다듬어온 방어기제 등이 행복의 느낌을 고양시킨다는 것이 책이 말하는 핵심이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은 공자님 말씀처럼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1967년부터 연구를 이어온 베일런트 교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고 결론짓기도 한다.
연구는 1938년에 첫 테이프를 끊었다. 백화점 재벌 윌리엄 T 그랜트의 후원으로 당시 하버드대 공중보건학부 할리 복 박사가 행복의 기원을 찾아나섰다. 하버드생 268명, 중산층 서민 남성 456명, 천재로 꼽히는 여성 90명의 여생을 계속 들여다보는 초장기 연구는 그렇게 시작됐다. 베일런트 교수가 연구를 이어받은 것은 1967년. 이후 약 42년간 증상과 질병에 초점을 둔 의학계 주된 흐름을 벗어나 7가지 조건을 추적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진짜 원동력을 추적했다. 50세를 기준으로 이 7가지 가운데 5~6가지를 갖춘 106명 중 50%는 80세에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불행하고 병약한’ 이들은 7.5%에 그쳤다. 반면 50세에 3가지 이하를 갖춘 이들 중 80세에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4가지 이상의 조건을 갖춘 사람보다 80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3배 높았다.
베일런트 교수가 특히 파고 든 것은 고통에 대처하는 자세였다. 역경이 닥쳤을 때 “다시 해보자”와 “난 해도 안 돼”의 마음가짐 차이가 실로 큰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책 속에는 추적 연구를 했던 사람들의 케이스가 계속 등장한다. 그들의 일대기를 좇다보면 행복은 운명도,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기가 막힌 환희의 순간도 아닌 평소 꾸준한 자기 관리와 친밀감 높은 인간관계 유무 등에 더 많이 좌지우지된다. 전립선 질환을 앓고 쉽게 기력이 떨어져도 인간 배아 복제 연구에 호기심을 드러내던 하버드 출신의 아무개나 신장투석으로 고생하지만 대가 없이 격려를 아끼지 않는 아내를 둔 노신사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무엇을 이루었느냐, 통장 잔고가 얼마나 되느냐는 완벽한 행복의 조건이 아니었다.
책 말미에는 직접 행복 요소를 측정해볼 수 있는 몇몇 테스트도 부록으로 실려 있다.
화제가 됐던 영상에서 김영철은 “50이 넘어 행복이 뭔지 알게 됐다”며 새벽에 일어나 5분의 독서와 운동, 그리고 화상 영어의 아침 루틴을 소개했다. 끊임 없이 배우고 독서 모임을 만드는 새로운 활동도 그의 활기찬 인생의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함익병 박사는 베일런트 교수의 7가지 행복 요소를 설명하며 꾸준한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AI가 모든 수고로움을 대신해주는 시대에 배우고 독서하라는 조언에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선정 한경매거진앤북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