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 싼 쓰(하나 둘 셋 넷)”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노스홀에서는 중국어 구령이 울려 퍼졌다.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하는 건 중국인이 아니라 휴머노이드였다. 휴머노이드는 중국 선전 로봇기업 엔진AI의 SE01. 옆에선 로봇이 사람과 복싱 경기를 벌이고 있었는데,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가 만든 휴머노이드 G1이었다. 미국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를 중국 로봇기업들이 완전히 장악한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이날 자동차·모빌리티 전시가 열린 LVCC 노스홀 부스에서는 미국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국 도시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단 사람들이 가득했다. 로봇(유니트리)부터 카메라 센서(유니언이미지·파시니), 반도체(HP마이크로), 배터리(옌타이리왓파워) 등 현지 로봇 생태계가 그대로 옮겨온 듯했다. CES 2026에 참가한 로보틱스 기업 34곳 중 20곳(58%)이 중국 기업이다. 미국 기업은 5개에 그친다.
중국 로봇 기업은 소프트웨어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LVCC 노스홀에서 가장 큰 전시 공간을 확보한 휴머노이드로봇 기업 제로스(Zeroth)의 궈런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로봇을 위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스토어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내비쳤다.
이에 비해 한국 기업은 부품사들까지 끌어모아야 10개에 그친다. CES에 참가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한국 가전기업 중심이던 CES가 점차 중국 가전기업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데, 로봇 분야에선 처음부터 중국 기업 판으로 조성되고 있다”며 “로보틱스에서는 정부 보조금 등의 차이로 중국과 경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 로봇회사들은 이날 산업용으로 어필하며 틈을 찾고 있었다. K-휴머노이드관의 에이로봇 부스에선 ‘앨리스4’가 박스째로 물건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시연했다. 이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로봇부터 액추에이터, 센서까지 생태계가 완전히 갖춰져 있는 것은 한국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